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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공장 부지는 SK하이닉스의 후공정 공장(옛 M9)이 유력하다. 공장의 빈 공간을 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품목은 12인치(300㎜) 에피텍셜 웨이퍼다. 이 웨이퍼로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유닛(MPU), CMOS 이미지센서(CIS) 등 고집적 시스템반도체 등을 만들 수 있다. 월 생산능력은 2만~3만 장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웨이퍼 업체도 앞다퉈 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다. 세계 1위인 신에츠와 2위인 섬코가 최근 증설 계획을 내놨다. 두 일본 업체의 글로벌 웨이퍼 시장 점유율은 55%에 달한다. 세계 3위인 대만 글로벌웨이퍼스도 최근 증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몇 년간 웨이퍼 업체들은 좀처럼 생산설비를 늘리지 않았다.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가 원인이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019년과 비슷한 양의 웨이퍼를 투입하고도 용량 기준으로 전년보다 40% 많은 양의 칩을 출하했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가 최근 개발한 176단 낸드플래시도 웨이퍼당 비트 생산성이 종전보다 35% 높다. 웨이퍼 3장으로 생산하던 물량을 2장만 있어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비교적 여유가 있던 웨이퍼도 수급이 빠듯해졌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웨이퍼 판매량은 1494만 장으로 지난해 1분기(1303만 장)보다 15%가량 늘었다. 6인치(150㎜·12% 증가)와 8인치(16%), 12인치(13%) 등 모든 크기의 웨이퍼가 지난해보다 더 팔렸다.
웨이퍼 구매량이 늘었음에도 재고는 빠듯하다. 반도체 제조사들의 12인치 웨이퍼 재고량은 지난해 1.6개월분에서 올 들어 1.3개월분으로 줄어든 상태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과 교수는 “내년 문을 여는 반도체 공장이 29곳”이라며 “연말부터 웨이퍼 공급 부족이 시작돼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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