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탁현민 측근 경영실패' 콘텐츠진흥원, 후임엔 관료

입력 2021-07-01 10:09   수정 2021-07-01 14:44



현재 공모절차가 진행 중인 콘텐츠진흥원 원장 자리에 조현래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사상 초유의 'E등급'을 받는 등 김영준 전 원장 체제에서 망가진 조직을 어떻게 재건할지 관심이 쏠린다.

1일 관가에 따르면 차기 콘진원 원장에 조 실장이 사실장 낙점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실장은 2013년 현직 공무원 최초로 정무직에 해당하는 장관 정책보좌관을 역임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당시 유진룡 장관이 조 실장의 탁월한 정무적 감각을 높이 샀다는 후문이다.

콘진원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는 '소방수 투입'의 성격이 강하다는 게 관가 안팎의 견해다. 2017년 김 전 원장이 임명된 후 조직 기강과 위상이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 전 원장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근무했던 다음기획 대표 출신으로, 2012년 18대 대선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 캠페인전략본부장을, 2017년 19대 대선에선 문 대통령 선대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취임 당시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김 원장은 취임 당시 "탁 비서관은 (콘진원 원장) 임용 과정을 ‘1’도 알지 못했다"고 낙하산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탁현민프로덕션 조연출 출신이 설립한 공연기획사 ‘노바운더리’가 2017~2018년 두차례 걸쳐 콘진원 행사를 수주하는 등 논란은 계속됐다. 이에 대해 당시 콘진원은 "노바운더리와 하도급 거래 관련 직접 계약 주체가 아니며 거래방법·조건·금액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2015~2016년 ‘B’ 등급이었던 콘진원 경영평가는 김 전 원장이 취임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C'등급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체부는 김 전 원장이 지난해 12월 임기가 만료됐을 때 이례적으로 공모 절차 없이 1년 연임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연임 저지 성명까지 발표했으나 문체부는 이를 묵살했다. 공공기관장은 경영실적 평가에 따라 1년 연임할 수 있지만, 실적 악화와 직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 원장을 연임시킨 건 이례적이었다는 평가다.

지난 1월에는 콘진원이 2018년 경영평가를 위한 세부 평가항목 실적을 조작해 작성·제출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매출 실적을 과대보고해 'D'를 받았어야 할 경영평가 등급이 'C'로 오르면서 성과급 3억여원을 더 받았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기재부는 이를 반영해 지난 4월 콘텐츠진흥원의 경영실적 등급을 C등급에서 E등급으로 낮추고 기관장 해임 건의와 성과급 환수 등을 결정했지만, 문체부는 김 원장이 사표를 제출하자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대신 의원면직으로 처리했다.

관가의 한 관계자는 "낙하산 논란을 비롯해 전임 원장을 둘러싼 문제가 너무 많아 이를 수습하기 위한 후임자로 관료 출신을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화행정 전문가이자 유연한 업무처리로 이름이 높은 조 실장이 망가진 콘진원을 재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조 실장이 김경수 경남지사와 같은 진주 동명고 출신이고 서로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져 있어 또다른 낙하산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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