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에 대한 재판은 많게는 1주일에 세 번까지도 열린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 초기에는 검찰이 입수한 USB 속 파일 1000여 개를 일일이 법정에서 열어 검증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차장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증인 대다수가 현직 판사인 데다 법원 내부가 적나라하게 공개되는 재판인 만큼 한마디, 한마디를 그냥 흘려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피고인뿐만 아니라 재판부와 검찰의 피로감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여름에는 재판이 밤 11시를 넘겨 진행되자 양 전 대법원장이 “더는 체력이 남아 있지 않다. 퇴정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재판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데는 지난 2월 있었던 법원 정기인사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9년 3월부터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을 맡아오던 박남천 부장판사가 2월 인사 때 서울동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겼다. 법원 내부에선 “박 부장판사만큼 직권남용 법리에 해박한 사람이 없는데 안타깝다”, “후배 판사들이 참고할 만한 귀한 판결문이 나올 수 있었는데 아쉽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은 임 전 차장 재판보다 진행이 많이 됐기 때문에 올해 안에 1심 선고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런데 대법원이 ‘마무리’만 하면 되는 박 부장판사를 지난 2월 전보시킨 반면 ‘갈 길이 구만리’인 임 전 차장 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에 남겨 “대법원이 사법농단 사건의 선고를 속도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최근 있었던 검찰 직제개편으로 종전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1팀과 2팀이 담당하던 사법농단 및 삼성 관련 사건 재판들은 모두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에서 맡게 됐다. 비(非)직제였던 팀을 직제부서로 배치한 만큼 공소유지에 대한 검찰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신임 공판5부장은 전 특별공판2팀 팀장이자 박영수 특검의 파견검사였던 김영철 부장검사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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