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한국은 오래전 사실상 개도국을 졸업했다. 1995년 세계은행 원조 대상국에서 빠졌고 1996년에는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 2009년에는 OECD 내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이 되면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됐다. 1987년에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설치해 공적개발원조도 지속적으로 늘려 왔다. 그럼에도 유엔이 선진국 편입을 공식화한 것은 한국 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인 것은 물론 국제 무역사에도 기념비적인 일이다.
지금의 한국이 있기까지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해방 후 약 50년간 600억달러에 달했던 국제원조는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 마중물 역할을 했고 여기에 정치적 리더십과 기업의 피땀 어린 노력이 어우러져 선진국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한정된 국내 시장보다 세계를 겨냥해 수출주도형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을 편 정치적 결단이 주효했고 여기에 기업이 화답하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개발독재와 재벌의 경제력 집중 문제도 불거졌다. 그럼에도 지구촌 곳곳의 시장을 개척하고 세계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낸 기업이야말로 선진국을 만드는 일등 공신이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코로나로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미·중 간 패권 전쟁으로 반도체, 디지털세 등 주요 글로벌 이슈를 중심으로 기업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국내에서는 기업을 ‘탐욕의 화신’처럼 보는 반(反)기업 정서가 여전하고 육성보다는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기업관(觀)이 바뀌지 않는다면 기업은 하나둘 한국을 떠날 것이고 오늘날 선진국을 이뤄낸 공든 탑도 결국 무너져 내릴 것이다. 정치권은 6·25의 폐허에서 기적을 이뤄낸 역대 정부와 기업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그 유산을 토대로 어떻게 하면 초(超)선진국이 될 수 있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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