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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암호화폐거래소 구조조정’이 이른바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정리되는 극단적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거래소 검증과 관련한 은행권의 면책 요구를 금융당국이 거부하자, 주요 은행들은 4대 거래소를 뺀 나머지 업체와 제휴 논의에서 손을 떼려 하고 있다. 은행으로부터 끝내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들은 ‘무더기 폐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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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 등은 실사·검증 과정에 과실이 없다면 은행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 기준을 당국에 요구해 왔지만 은 위원장은 단칼에 잘랐다. 자금세탁 방지는 국제적 업무여서 미국 금융당국이 벌금을 물리면 우리나라 당국의 면책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은행들을 향해 “글로벌한 생각이 없고 자금세탁에 무지한 것”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은 위원장의 반응과 관련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모든 암호화폐거래소 관련 금융사고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거래소들은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9월 24일까지 사업자 신고를 마쳐야 한다. 은행이 발급하는 실명계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이 필요하다. 둘 다 모두 충족한 업체는 4대 거래소뿐이고, ISMS 인증만 받은 거래소는 16곳이다.
특금법의 신고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고제가 아니라 싱가포르 등과 같이 허가제를 택하고, 당국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 한해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받도록 했어야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지적은 거래소들도 똑같이 제기해 왔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주무부처로서 직접 기준을 정하고 거래소를 걸러내야 하는데, 은행이 발급하는 실명계좌를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끼워넣으면서 기형적 검증 구조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일부 업체는 원화 마켓을 닫고 비트코인 마켓만 운영하면서 재등록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마켓은 암호화폐를 원화가 아니라 비트코인으로 사고파는 기능을 말한다.
4대 거래소로서는 독과점을 기대할 수 있는 지금 상황이 나쁠 게 없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은 지난달 29일 ‘트래블 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향후 가상자산사업자로 인가받는 기업들이 합작법인의 트래블 룰 서비스 이용을 원한다면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소 거래소들은 “자기들끼리 기득권 체제를 만들려 한다”며 불편한 기색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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