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해 “국민의 합의 없는 졸속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민생투어 첫 화두로 탈원전을 정한 배경에 대해선 “(총장직에서 사퇴하고) 정치에 참여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모와 부인 등 처가의 각종 의혹에 맞대응하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는 전략을 세웠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5일 서울대 공대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비판해온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나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주 교수는 문 정부 출범 초기부터 탈원전 정책을 비판해온 대표적인 학계 인사다.
윤 전 총장은 주 교수와의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자력은 에너지 정책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등 환경, 안보, 경제, 청년 일자리, 미래 먹거리 등 우리 삶과 굉장히 연관성이 크다”며 “문 정부는 이런 중요한 문제를 국민과의 합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했는데, 이는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한 탈원전’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아주 적합한 표현”이라며 “원자력이 저비용 에너지원으로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게 노력해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대권에 도전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월성 원전을 수사하면서 감찰과 징계 청구가 들어왔다”며 “문 정부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이뤄졌다”고 했다. 실제 검찰이 지난해 10월 감사원 고발 등을 계기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나서자,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 공약사항을 사법 판단의 대상으로 삼는다”며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대 학생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등 소탈한 행보도 보였다.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옛날에는 라면이 50원이었다”며 옛 캠퍼스 생활을 회상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6일 대전 KAIST에서 원자핵공학과 학부·대학원생을 만날 예정이다.
윤 전 총장은 당분간 반문재인 연대를 위한 정치 행보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정치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러 세대와 계층, 그리고 다양한 정치적 성향의 사람을 최대한 아우를 수 있는 ‘빅 플레이트(큰 그릇)’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 선거캠프는 6일부터 지방을 도는 민생 투어의 공식 명칭을 ‘윤석열이 듣습니다’로 정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