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AA.26844188.1.jpg)
“물러가라 밤이여. 사라져라, 별들이여. 새벽이 밝아오면 나 이기리라. 이기리라. 이기리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웅장해진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로 꼽히는 ‘네순 도르마(Nessun dorma)’다. 이탈리아 음악가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오페라 ‘투란도트’(사진)에 나오는 노래다.
‘투란도트’는 아름답지만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 그와 결혼하고자 하는 칼라프 왕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재밌는 수수께끼, 결혼을 둘러싼 갈등 등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와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탄탄한 스토리에 더해진 아리아 ‘네순 도르마’는 아름다우면서도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푸치니는 ‘투란도트’뿐 아니라 ‘라 보엠’ ‘나비부인’ ‘토스카’ 등 뛰어난 오페라 명작을 남겼다. 주세페 베르디에 이어 이탈리아 오페라의 화려한 영광을 이뤄낸 인물이다. 통속적인 소재도 세련된 문법으로 풀어낸 덕분에 그의 작품들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재밌게 볼 수 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안드레아 보첼리 등 많은 유명 성악가가 푸치니의 아리아를 사랑하고 즐겨 불렀다.
18세가 되던 해, 그의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 사건이 발생했다.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를 보게 된 것. 티켓값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는 관심을 갖고 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이 끝난 뒤엔 돈이 없어 긴 시간을 걸어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러나 그의 가슴엔 오페라 작곡가가 되겠다는 새로운 꿈이 가득 차올랐다.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첫 오페라 ‘빌리’로 공모전에 나갔지만 떨어졌고, ‘에드가’는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차근히 작품을 준비했다. 4년 뒤 발표한 ‘마농 레스코’부터 결과가 나타났다. ‘토스카’ ‘나비부인’ 등 잇달아 큰 인기를 얻었다.
이전과 다른 성공 비결은 대본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대본 작업에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마농 레스코’는 푸치니를 포함해 8명이 대본 작업에 매달렸다.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 ‘라 보엠’엔 자신의 경험을 최대한 녹였다. 이 작품은 많은 청춘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며 뮤지컬 ‘렌트’로도 각색됐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07.23660133.1.jpg)
전성기를 누리던 그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명작을 잇달아 선보였지만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푸치니는 위기가 찾아오면 더 강인해지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의 모든 기법을 총집결해 대작 ‘투란도트’를 탄생시켰다. “지금까지의 내 오페라들은 다 버려도 좋다”고 얘기할 정도로 자신감도 보였다.
안타깝게도 그는 작품을 다 만들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푸치니의 제자 등이 ‘투란도트’를 함께 완성해 세상에 널리 알렸다. 스토리와 노래, 반복되는 위기에도 이 높은 두 산을 정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푸치니. 마침내 정상에 오른 그의 환희의 외침이 ‘네순 도르마’에 담겨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 가사를 되뇌어 본다. “새벽이 밝아오면 나 이기리라. 이기리라. 이기리라!”
○‘7과 3의 예술’에서 7과 3은 도레미파솔라시 ‘7계음’, 빨강 초록 파랑의 ‘빛의 3원색’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큰 감동을 선사하는 예술가들의 삶과 철학을 살펴봅니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01.26847203.1.jpg)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