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 유 해피?"

입력 2021-07-05 17:50   수정 2021-07-06 00:37

“행복하신가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종종 그렇게 물어온다. 수도자로서 독신생활을 하는 천주교 사제에 대한 남다른 연민이었을까? 범속한 삶과는 다른 생활의 의미가 궁금한 것이었을까? 어쨌든 그럴 때마다 과연 내가 행복한 삶을 살아왔나, 나는 지금 정녕 행복한가 자문하게 된다. 질문은 또 질문을 낳는다. 행복하다는 게 뭐지? 저 친구가 생각하는 행복과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 같을까?

여러 시각이 있긴 하지만 ‘행복(happiness)’의 사전적 정의는 대개 ‘자신이 원하는 욕구와 욕망이 충족돼 만족하거나 즐거움과 여유로움을 느끼는 상태’ 정도로 설명된다. 아마 인간은 누구나 다 마음 깊이 소위 ‘욕망’ 혹은 ‘갈망’이라고 부르는 그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가 보다. 누구나 다 행복하고 싶은 갈망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과연 행복하고 싶은 갈망의 본질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하면 이 갈망을 채울 수 있을까?

“행복한가?” 그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요즘의 내 삶이, 이제껏 살아온 내 삶이, 충분히 의미 있고, 상당히 재미있고, 모자람 없이 만족스러워!” 행복을 가늠할 요소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피다 보면, 나의 삶이 만들어내고 부여한 의미가 무엇이었으며, 내 인생이 주변 세상에 기여한 의미는 무엇이었는가를 돌이켜 성찰하게 된다. 내가 내 인생의 의미를 나름 분명히 부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이제껏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막다른 골목’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아마 인생이라는 미로에서 어떻게 더 나아갈 방향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느낌이겠다. 자신이 의미 있는 삶을 살아왔고, 주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살아왔다는 것 자체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겠다.

그런 시각에서 주변을 돌아보니, 행복이 나날의 삶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전부터 아주 트렌디하게 유행하는 ‘소확행’이라는 말에 눈길이 머문다. ‘작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다. 크고 멋있어 보이지만 너무도 불확실한 뭔가를 추구하기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확실하게 자신에게 만족을 줄 작고 소소한 그런 것들을 찾아 추구하는 게 더 나은 행복의 길이라고 여기나 보다.

누구나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본분을 성실하게 다한다면 그게 행복의 길이다. 비록 이런저런 어려움이 평정을 일그러뜨리고 어지럽게 할 때도 있겠지만, 다시 자리를 잡고 성실을 다한다면 평범함 속에서 소확행을 누릴 수 있으리라. 쓸데없는 욕심을 기꺼이 버리고, 나를 더 나답게 만드는 갈망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면 그런 삶이 참으로 행복한 삶이리라.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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