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특공 당첨된 공무원, 앉아서 5억 시세차익"

입력 2021-07-05 18:28   수정 2021-07-06 02:35


세종특별자치시 아파트 특별공급에 당첨된 공무원 중 전용면적 109.09㎡짜리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지금까지 평균 5억2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종시 특공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며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설익은 세종시 개발정책으로 특공 제도가 특혜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특공 제도는 과도한 특혜”라는 논란이 계속되자 국토교통부는 세종시 특공 제도 폐지를 이날 확정했다. 일각에서는 “세종시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청약을 기다리던 무주택 공무원들의 내집마련 기회가 크게 줄어들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청와대 이전 발표 후 급상승
경실련의 이번 분석은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행복도시 이전기관 특별공급 현황’ 및 KB 부동산 자료 등을 토대로 이뤄졌다. 지난 12년간 당첨된 특공 아파트 2만6000가구(127개 단지) 중 입주가 완료된 1만4000가구(82개 단지)를 전수조사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공무원들은 3.3㎡당 평균 863만원, 109.09㎡짜리 기준으로 2억9000만원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그런데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특공 아파트 시세는 3.3㎡당 2436만원, 109.09㎡ 한 채당 8억1000만원에 달했다. 분양가 대비 182% 올랐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공 아파트값은 ‘세종시 천도론’을 대선 주요 공약으로 꺼낸 현 정부 출범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7년 5월까지만 해도 특공 아파트 한 채의 평균 가격은 3억7000만원 수준이었다. 이후 2019년 12월까지 4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상승액의 68%인 3억6000만원은 지난해 이후 발생했다.

특공 아파트 중 2010년 10월 분양된 ‘첫마을 1단지’와 ‘첫마을 3단지’ 아파트는 이명박 정부 시기(2010년 10월~2013년 1월) 2억7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3000만원 올랐다. 박근혜 정부(2013년 1월~2017년 1월) 시기에는 8000만원이 상승해 3억8000만원이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올해 5월 말 기준 8억8000만원으로 5억원이 더 뛰었다.

김태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청와대를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계획을 발표한 지난해 7월 이후 가격이 급격하게 올랐다는 게 경실련의 분석이다. 여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발언 한 달 뒤인 지난해 8월 ‘국가균형발전 및 행정수도 완성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12월에는 세종시에 11개 상임위원회를 우선 이전하고, 국회사무처·예산정책처·입법조사처를 일부 이전하는 내용의 국회 세종시 이전방안을 발표했다. 경실련은 “여당은 서울 집값도 못 잡고 세종 집값을 잔뜩 올려 특공 공무원에게 수조원의 불로소득을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실수요자 공무원 가족은 허탈
특공 제도는 세종시로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공무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이 이전 대상이 아닌데도 171억원짜리 ‘유령 청사’를 짓고 직원 49명이 특공을 받은 일 등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경실련 발표대로 현 정부 들어 세종시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특혜 논란’도 계속됐다. 결국 국토부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세종시 공무원 특공 제도 폐지를 확정하는 내용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5일 공포했다.

이에 대해 공직사회 일각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일부 공무원의 일탈로 직장 근처에 살 집을 구해야만 하는 실수요 공무원들만 막막한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종료된 세종 특공 폐지 관련 입법예고 기간에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서만 359건의 온라인 의견이 접수됐다. 국토부가 올해 진행한 입법예고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대부분 무주택 공무원들이 “유예기간을 달라”며 제출한 의견이었다.

청원이 쇄도하면서 “특공 제도 폐지 정책의 시행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국토부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정청이 제도를 폐지한 취지를 고려할 때 유예 기간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냈다”고 말했다.

최한종/이유정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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