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남미의 자본투자는 정체를 맞았다. 이미 낮은 수준의 생산성은 높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중남미의 아이들은 1년6개월 가까이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미국은커녕 아시아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희망마저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경제 회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1인당 GDP를 살펴봐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중남미 경제는 내년 또는 그 이후에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중남미가 직면한 정책적 과제를 이해하려면 대표 격인 브라질과 멕시코를 보면 된다. 표면적으로 브라질과 멕시코 정권의 정치적 성향은 극과 극이다. 브라질은 보수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멕시코는 좌파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다.
하지만 두 대통령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변덕스러운 독재자라는 점이다.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각종 경제 실정(失政)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같다. 물론 현재 정치상황을 고려하면 멕시코 정권은 다시 중도파의 손아귀에 넘어갈 수도 있다. 브라질에서는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 두 국가의 정치적 미래는 예측 불가다.
멕시코 정부의 부채(공채)는 GDP의 60% 수준으로 브라질보다 낮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만큼이나 재정적으로 보수적이다. 부채 위기가 대중영합주의자의 혁명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남미 지역 정부들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놀랍도록 강력한 거시경제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 정부는 미국처럼 재정적자를 계속해서 활용할 여유가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세수를 늘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콜롬비아에서 최근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정부가 지급하는 수당을 깎아서가 아니라 중산층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걷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Project Syndicate 정리=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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