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셀프칭찬' 무대 된 KDI 국제콘퍼런스

입력 2021-07-06 17:28   수정 2021-07-07 00:19

“코로나19 선제 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대통령님이었습니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포용적 한국 2021 국제 콘퍼런스’ 기조강연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가운데 첫 확진자 발생 후 한 달 만에 최고 위기단계인 심각 단계를 발동한 것을 높이 평가하며 언급한 대목이다.

그는 “(정은경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이나 복지부 장관인 저 자신도 최고 단계까지 가야 하는가 회의적이었을 때 대통령께서 직접 선제적 대응체계 구축을 요구하셨다”고도 했다. 정책의 공을 방역 전문가들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린 것이다.

코로나19 방역 대응이 성과를 거둔 이유로는 ‘책임감과 헌신의 공직자’ ‘정부의 리더십’을 꼽았다.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있었던 비결로는 정부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콘퍼런스 주제는 ‘문재인 정부 4년의 여정: 포용적 회복과 도약’이었다. 행사를 주관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운영 현황과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논의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정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됐던 콘퍼런스가 시작부터 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칭찬 일색으로 점철된 것이다.

이는 행사 개요가 공개된 시점에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강연자 선정부터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많다. 박 전 장관은 작년 12월까지 복지부 장관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했다. 정책 당사자에게 평가까지 맡긴 것이다. 채용 면접을 보는데 지원자와 면접관이 같은 사람인 셈이다.

국제 콘퍼런스라는 말이 무색하게 외국인 발표자는 한 명뿐이었다. 감염병 연구 전문가인 앨런 번스타인 캐나다 고등연구소장이 공동 기조강연을 한 것 외에는 모든 세션의 발표자가 한국인으로 채워졌다. 10명의 발표자 중 절반인 5명이 외국인이었던 작년과 크게 달라졌다.

세션은 ‘미래를 여는 정부’ ‘복지를 확장한 정부’ ‘권력을 개혁한 정부’ ‘평화를 유지한 정부’ 등이었다. 문재인 케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정부의 주요 정책을 칭찬하기 바빴다. 국민의 삶을 어렵게 한 고용, 부동산 문제 등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질의 응답도 없었다. 작년에는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석좌교수가 기조강연을 한 뒤 20분간 질의 응답을 받았다. 삭스 교수는 여권의 주요 이슈 중 하나인 보편적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견해를 밝혔다.

잘한 건 칭찬하는 게 맞다. 하지만 잘못한 일을 애써 덮고 칭찬만 늘어놓는 건 외려 독이 된다. 비판을 수용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있어야 발전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몸에 좋은 약이 쓰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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