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국회를 서울 여의도에서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의회주의를 구현하고 행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국회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향후 정치권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충청지역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국회의 세종시 전면 이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시기라든지 방향에 대해서는 조금 더 봐야하지 않겠냐”면서도 “그러나 크게 봤을 때 의회와 행정부처가 지근거리에 있어야만 의회주의가 구현되고 행정 효율성을 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와 주요 행정부처 간 거리가 너무 떨어져 국회와 행정부 간 소통에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 추진을 생각하는 분이 많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국회 이전에 대해 윤 전 총장이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야권의 대선 후보가 될 경우 국민의힘이 국회 이전에 대해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고향이 충남 공주라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충청권 민심을 얻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윤 전 총장은 이날 ‘충청 대망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저는 서울에서 교육받았지만 부친과 사촌들의 뿌리는 500년 전부터 충남에 있기 때문에 많은 충청인께서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충청대망론에 대해 옳다 그르다 비판할 문제는 아니고 하나의 지역민 정서”라고 답했다. 충청 지역 출신의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에둘러 전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국회를 방문했을 때도 충청 지역 기자들을 만나 “조상이 500년 넘게 (충남에) 사셨으니 저의 피는 충남(의 피)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대전 KAIST에서 원자핵공학과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윤석열이 듣습니다’라는 취지로 기획한 첫 민심 행보다. 윤 전 총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장기간 검토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진행됐어야 하는 에너지 정책이 너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은 문제”라며 “무리하고 성급한 탈원전 정책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날에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해온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나 탈원전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들었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청년층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여권의 경쟁 대상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2030세대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 연대를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윤 전 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7일 서울 종로의 한 중식당에서 오찬을 할 예정이다. 윤 전 총장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언제든 만나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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