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액(217조7558억원·명목 기준) 가운데 식료품·비(非)주류음료 지출(29조166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분기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13.3%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으로 2000년 2분기(13.5%) 후 가장 높았다. 지난 1분기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역대 최대치였다.
엥겔지수는 통상 소득이 높아질수록 낮아진다.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식음료비 지출보다는 오락·문화 등 여가생활 씀씀이가 상대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내 엥겔지수는 1990년 20%대에서 2019년 11.4%로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는 12.9%로 반등했다. 코로나19로 바깥활동과 소비를 줄이고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집밥족'이 늘어난 결과다.
올들어서 엥겔지수가 오름세를 보인 것은 코로나19 사태도 작용했지만 밥상물가가 치솟은 영향이 더 컸다. 올해 1분기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8.2%나 뛰었다. 가뭄이 심했던 2011년 3분기(9%) 후 최고치다.
식료품 가격이 치솟은 것은 장마·태풍 등의 영향으로 식자재 출하량이 대폭 쪼그라든 결과다. 올 1분기 파값은 전년 동기 대비 191.6%나 뛰었다. 파값이 폭등하자 집에서 파를 재배해 먹는 이른바 '파테크(파+재테크)' 유행까지 번지기도 했다. 같은 기간 양파와 사과도 각각 54.9%, 52.0% 뛰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번지면서 달걀을 낳는 산란계를 대량 살처분하자 달걀 가격도 32.1% 급등했다. 식음료 물가가 뜀박질을 하자 지난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로 2018년 4분기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자재비가 치솟은 반면에 영화관 관람료와 헬스장 이용료 등을 나타낸 오락·스포츠·문화비 지출은 올 1분기에 12조6700억원으로 2013년 1분기(12조4799억원) 이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가계가 여가활동을 자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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