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단키트 개발사들이 ‘델타 변이’ 대응에 나섰다. 델타 변이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면서, 변이 진단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8일 진매트릭스에 따르면 이 회사의 ‘네오플렉스 FluCOVID Kit’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조허가를 획득했다. 이 제품은 인도발 델타 및 델타 플러스 바이러스를 포함해 알파(영국), 베타(남아프리카공화국), 감마(브라질), 엡실론(캘리포니아), 제타(브라질), 카파(인도) 등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진단이 가능하다.
비결은 '프로브' 설계 기술에 있다. 프로브는 특정 유전자를 판독할 수 있는 짧은 유전자 서열이다. 프로브에 형광물질을 달아 표적 유전자에 프로브가 가서 붙으면 양성, 붙지 않으면 음성으로 진단한다.
변이 바이러스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달라진다. 프로브가 이 변화를 탐지하지 못하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다. 진매트릭스는 변이 바이러스로 유전자 염기서열이 달라져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프로브를 설계했다.
김석준 진매트릭스 부사장은 “유전자 설계 과정에서 변이에 의한 영향을 적게 받을 것 같은 유전자를 찾는 데 주력했다"며 "그 결과 N진(gene)과 RDRP진을 표적해 델타 바이러스 진단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도 델타 변이 공략에 나섰다. 대웅제약은 체외진단 의료기기 전문 스타트업 켈스(CALTH)와 코로나19 신속항원 진단키트 ‘올체크 키트’의 판매계약을 맺었다.
이 제품은 쉽게 변이되는 돌기(스파이크) 단백질뿐 아니라, 바이러스의 중심핵이 되는 뉴클레오캡시드(nucleocapsid) 단백질을 표적한다. 때문에 변이도 검출할 수 있다. 올체크 키트는 현재 식약처 허가를 진행 중이다. 오는 3분기부터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젠텍의 항원 진단키트도 스파이크 단백질이 아닌 뉴클리오캡시드 단백질을 표적으로 해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모두 진단 가능하다.
미코바이오메드의 분자진단 키트 역시 델타 변이에 적용할 수 있다. 델타 외에 알파, 베타, 감마, 엡실론까지 5개 종류의 변이 바이러스 진단이 가능하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ORF3a'를 표적으로 했다. 회사 측은 "ORF3a 유전자는 큰 변이를 일으키지 않는다"며 "때문에 안정적으로 변이 바이러스까지 탐지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변이 바이러스의 종류를 구분해내는 시약도 현재 개발 중이다. 아직 인·허가 신청 전이지만 최근 델타 변이의 확산세로 신청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했다.
씨젠은 코로나19 진단시약 ‘Allplex SARS-CoV-2 Variants Ⅱ Assay'을 국내외 시장에 내놨다. 이 제품은 지난달 유럽 체외진단시약 인증(CE-IVD)과 식약처의 수출 허가를 동시에 획득했다. 역시 인도발 델타 및 델타플러스 변이 진단이 가능하다.
씨젠 측은 “Allplex SARS-CoV-2/P681R Assay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만 있는 유전자를 넣어 변이 여부를 진단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조용했던 진단키트 기업들의 주가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전날 휴마시스 씨젠 바이오니아 진매트릭스 미코바이오메드 등의 주가는 4~14% 급등했다.
이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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