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전파력이 강한 인도발 ‘델타형 변이’가 확산하는 등 코로나 '4차 대유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15일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틀 연속 매물을 쏟아낸 결과다. 외국인이 매도자금을 달러로 환전하는 데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올라가면서 원·달러 환율은 석 달 만에 1140원선을 웃돌고 있다. 외환당국도 흐름에 예의주시하는 한편 환율이 1160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오후 12시55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원10전 오른 1145원 20전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은 2원 90전 오른 달러당 1141원으로 출발한 직후 갈수록 상승폭을 키워가고 있다. 전날 환율은 8원 40전 오른 달러당 1138원 10전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3월 10일(1142원 70전) 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도 급등하는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약화한 결과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8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275명 늘어 누적 16만4028명이라고 발표했다. 전날(1212명)보다 63명 늘면서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월 20일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확진자가 가장 많았다. 이틀 연속 확진자가 1200명대를 기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확진자 가운데 델타 변이 감염자는 서울에서 누적 35명으로 집계됐다. 4차 대유행 조짐이 보이면서 국내 실물경제와 자산가치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정부는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새 거리두기 최고 수위인 4단계 적용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4단계에서는 오후 6시 이후로는 2명까지(3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만 모일 수 있고 설명회나 기념식 등의 행사는 아예 금지된다. 그만큼 민간소비와 실물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4차 대유행 우려에 외국인도 국내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이달 1일 4088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데 이어 2일(1215억원 순매도), 7일(3404억원 순매도)에도 매물을 쏟아냈다. 이날도 408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주식 매도자금을 달러로 환전하면서 달러 가치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 기업도 달러가 오름세를 이어가자 환차익을 노리고 보유한 달러 자금을 시장에 푸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이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언급할 가능성이 크고, 테이퍼링에 따라 달러 가치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그만큼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투자자와 기업이 늘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 전반적으로 '리스크 오프(위험회피)'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가 확산된 데다 확진자가 늘어난 결과"라고 말했다.
환율은 앞으로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4차 유행이 본격화하면 2~3차 유행 때보다 더 강도높은 거리두기에 나설 것"이라며 "살아나는 내수경기에 찬물을 부을 수 있는 데다 최근 위안화 약세도 이어지고 있어 환율이 116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델타변이 위협에 국고채(국채) 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오전 연 1.375%로 전날보다 0.035%포인트 빠졌다. 전날 0.055%포인트 하락한 데 이틀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유행 우려로 실물경제가 휘청일 경우 한은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기조가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더뎌질 것인 만큼 이를 반영한 3년 만기 국채 금리도 하락세를 보이는 것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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