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씨젠 등 왜 바이오주에 강성 주주들이 많을까

입력 2021-07-08 16:12   수정 2021-07-08 16:17


바이오주 주주들은 수많은 업종 중에서도 가장 과학적인 투자자들로 불린다. 신약의 복잡한 원리를 이해하려면 깊이있는 공부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비이성적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부정적 내용의 보고서를 내는 증권사에 찾아가고, 공매도 폐지 운동을 이끄는 등 행동주의적 성격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바이오주 투자가 과학과 종교 경계에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강성주주들 때문이다. 바이오주에는 유독 강성주주들이 많다.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공매도와의 전쟁을 가장 먼저 시작했던 셀트리온 주주들은 회사에 대한 믿음으로 똘똘뭉쳐 있다. 경쟁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들과는 설전을 벌이고, 부정적 내용의 보고서가 나오면 애널리스트 신상을 털기도 한다. 종교 집단으로 불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신흥 종교’가 많이 등장했다. 소액주주 비율이 71.87%에 달하는 씨젠은 제2의 셀트리온으로 불린다. 공매도 폐지 운동을 이끄는 것도 이들이다. 지난 5월부터 이들은 씨젠 주식을 사모으자는 취지의 ‘씨젠스탑’ 운동도 펼치고 있다. 셀트리온 주주와의 차이점은 회사에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자아비판’ 의식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강성주주가 된 데는 여러가지 해석이 있다. 바이오주 투자는 믿음이 없으면 버틸수가 없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로 꼽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주는 대부분 적자고, 기술가치를 빼면 주가가 0원도 될 수 있다”며 “바이오주에 장기투자하려면 보통의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했다. 힘든 시기에 종교가 부흥하듯, 가장 불확실한 분야에서 종교적 색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치학적인 논리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이오 주주들이 체제 기반이 약한 국가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체제가 흔들릴 때 국가들이 적대적이고 방어적으로 변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는 외부의 적이 있을때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실제로 국내 바이오 주주들은 ‘공매도 세력’과 자신의 회사를 비판하는 ‘안티 집단’을 외부의 적으로 지목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경우 회사의 기적까지 더해졌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상황에서 셀트리온은 글로벌 바이오사로 발돋움했다. 종교처럼 기적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믿음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셀트리온 주주들을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경험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씨젠도 2019년 200억원대 영업이익이 작년 6000억원대로 늘어나는 기적을 경험했다.

바이오주의 강성 주주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한 회사에 장기 투자하기 때문에 바이오주 성장의 밑거름이라고 부르는 시각이 있다. 반면 공격적 성향 때문에 피해를 준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증권사에서는 강성 주주들의 항의에 못이겨 퇴사하는 애널리스트들도 나타났다. 최근 시가총액 2조원대의 한 바이오주 대표는 자택으로 찾아온 강성 주주들로부터 협박을 받아 가족을 피신시키기도 했다.

주주들 사이에서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한 바이오 투자자는 “주주 단톡방에서 회사에 비판적인 내용을 말했다가 바로 강퇴를 당했다”며 “가장 이성적이어야 할 바이오주 투자에서 과학과 종교의 경계에 있는 투자자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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