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을 기획한 서순주 전시총감독(58·사진)은 자신있게 말했다. 최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자리에서다. 그는 국내에서 ‘블록버스터급 명화 전시’를 처음으로 시작한 기획자다. 샤갈전(2004년)을 비롯해 모네전(2007년), 반 고흐전(2007~2008년), 르누아르전(2009년), 로댕전(2010년), 밀레전·모딜리아니전(2015년) 등 한국 전시 역사에서 손꼽히는 굵직한 전시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3년 전부터 피카소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한국에서의 학살’을 비롯해 미국과 스페인 등 여러 곳에서 작품을 들여와 피카소의 반전 예술을 조망하려고 했죠.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프랑스의 국립 피카소미술관 한 곳에서만 작품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죠.”
계획은 무너졌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오히려 전시에 전화위복이 됐다. 피카소미술관의 작품을 오래전부터 빌려가기로 했던 다른 미술관들이 봉쇄 조치 때문에 전시를 취소하면서 예정보다 많은 작품을 들여올 수 있게 된 것. 이번 전시에는 피카소의 회화 34점이 걸렸다. 피카소미술관이 보유한 300여 점의 회화 중 10% 이상이 외부 전시에 나온 건 이례적이다.
이번 전시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유로 서 감독은 ‘원화의 감동’을 꼽았다.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입소문을 낸 덕분에 관객들이 기대보다 많이 찾아주셨습니다. 원화만이 줄 수 있는 진정한 감동을 더 많은 관객이 느꼈으면 합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