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하루 만에 ‘현행 거리두기 단계 유지’에서 ‘최고 단계 격상’으로 방침을 바꾼 것은 4차 유행의 확산세가 앞선 세 차례 유행보다 거세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전국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년6개월 만에 역대 최대치를 찍은 데 이어 서울도 새 거리두기 4단계 적용 기준(10만 명당 확진자 4명 이상)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선별진료소와 역학조사 등 의료 현장에서 크고 작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그동안 수도권에 비해 잠잠했던 비수도권도 대유행의 사정권 안에 드는 추세다.
수도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은 빠르게 규모를 불리고 있다.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감염은 전날 28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누적 확진자가 76명에 달했다. 현대백화점은 해당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3600명을 전수 검사했다. 당초 9일까지 예정됐던 휴업도 오는 12일까지로 연장했다. 쿠팡도 확진자가 나온 김해1물류센터를 긴급 폐쇄했다. 서울 마포구 음식점·경기 영어학원 관련 감염 사례도 누적 확진자가 344명으로 늘었다. 서울 강남구 직장 내 감염(76명), 인천 미추홀구 초등학교 집단감염(36명), 경기 광명시 탁구동호회 감염(22명) 등도 전날보다 감염 규모가 커졌다.
산발적 감염이 이어지자 의료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졌다. 이날 서울 선릉로 강남구보건소의 임시선별진료소에선 아침 일찍부터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긴 줄이 이어졌다. 평소에는 검사까지 30분 정도 걸렸지만 이날은 3시간가량 소요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전날에도 이 진료소는 검사 수요 급증으로 면봉 등 코로나19 검사키트 이틀치(4500개)가 모두 동나 1시간30분가량 접수를 중단했다. 서울시는 검사 수요가 증가하자 임시선별진료소 수를 두 배 늘리기로 했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 비중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2주간(6월 25일~7월 8일) 발생한 확진자 1만873명 중 30%가 감염 경로를 여전히 ‘조사 중’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역학조사가 환자 발생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준 전국의 역학조사관은 456명에 그친다. 인력 부족 문제가 커지자 방역당국은 군인, 경찰 등을 지원 인력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유행 규모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자 방역당국은 선제적으로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4단계는 새 거리두기 개편안에서 가장 높은 단계로 ‘외출 금지’에 해당한다. 오후 6시까지는 지금처럼 최대 4명까지 모임이 가능하지만, 6시가 지나면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행사 및 집회도 1인 시위를 제외하고는 모두 금지된다. 식당·카페·노래연습장 등은 현재와 같이 밤 10시까지 운영할 수 있지만, 클럽·나이트·감성주점·헌팅포차 등 유흥시설은 집합이 금지된다. 결혼식과 장례식도 친족만 참석할 수 있다.
정 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출 최소화, 모임 자제 등 4단계에 준하는 방역수칙을 당부했다. 정 청장은 “현재 유행 상황을 통제하려면 정부와 의료계, 사회·경제 분야, 전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모든 국민은 불필요한 약속은 취소하고 외출 등 이동을 최소화해달라”고 말했다.
이선아/정지은/박한신 기자 sun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