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부족으로 '국산 백신' 개발이 힘들다고?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1-07-09 08:50   수정 2022-04-27 09:56


코로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정부의 안이한 상황 판단에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백신 부족 사태까지 겹치면서 하루 1200명 이상의 확진자가 사흘 연속 발생했다. 이미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는 거리두기 규제를 최고 수준으로 강화했지만 기세를 탄 바이러스 확산세는 최소 8월달까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앞으로도 변종 바이러스 가 계속 나타나며 5차 대유행, 6차 대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당장은 철저한 감염 예방활동이 중요하지만, 결국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는 것은 백신 뿐이다. 정부도 '백신 보릿고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허겁지겁 뛰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백신 공급 채널, 즉 국산 백신 개발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시간날 때마다 '백신 주권'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국산 백신 개발은 잘 진행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못하다이다. 왜 그럴까.
◆"개발업체들 임상 3상 지원예산 부족"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5일 세종시 청사에서 취임 5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산 백신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3상 임상시험을 위해서는 외국에서 할 수 밖에 없는데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500조원이 넘는 수퍼 예산을 짠 정부에서 왜 그토록 국민건강을 위해 중요하다고 부르짖는 백신개발 예산이 부족하다는 걸까. 게다가 툭하면 십 수조원이 들어가는 전국민 재난금을 거론하는 나라에서 말이다. 사정은 이렇다.

현재 국산 백신을 개발중인 업체는 제넥신과 셀리드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 진원생명과학 5개다. 이들은 현재 임상 1,2상을 진행중이다. 올 가을 3상 임상을 거쳐 연내 제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곳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이런 기업들을 지원한다며 '국산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실무추진단'을 만들었다. 지난달 말까지 총 10차례 회의를 가졌다. 정부는 회의 때마다 '총력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말 뿐이다. 정부가 지난해와 올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 관련 예산으로 편성한 액수는 총 2254억원이다. 2년간 1000조원이 넘는 예산중 0.02% 수준이다. 의미있는 예산으로 볼 수 없다. 올해 배정된 예산 1314억원 중 집행액은 271억원(21%)에 불과하다.그나마 백신개발 예산은 한 푼도 집행되지 않았다.결과적으로 5개 백신 개발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은 업체당 10억~90억원이 고작이다. 한 업체당 1조원에서 많게는 4조원까지 지원받아 1년만에 백신을 조기 개발한 미국과 비교된다. 한국에서 코로나 발생 2년이 다 되도록 개발된 백신이 없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치권 감염예방보다 票되는 피해보상에 관심
그렇다면 정부는 천문학적 예산을 짜고도 그 중요하다는 국산 백신 개발엔 왜 이토록 인색한 걸까. 전문가들은 우선 공무원들의 '보신주의'를 이유로 꼽는다. 덜컥 지원했다가 나중에 특혜 시비나 부실지원 논란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그래서 예산지원때 까다로운 조건들을 붙인다.임상에서 충분한 효능과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것 등을 증명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 1,2차 공모에 지원한 업체들은 모두 탈락했다. 올해 687억원의 백신개발 지원 예산을 짜놓고도 한 푼도 집행이 되지 않은 이유다. 미국이 임상전 단계부터 조건을 따지지 않고 수조원을 선구매 형태로 지원한 것과 출발부터 다르다.

백신 개발업체들은 "우리도 초기부터 조건없이 충분한 지원을 받았다면 얼마든지 지금쯤 국산 백신을 내놨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늦었지만 특히 많은 임상비용이 들어가는 3상 시험에 지원이 충분히 되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공무원들도 문제지만 정치권이 더 문제다. 당장 눈 앞으로 표만 계산하느라 감염 예방사업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코로나 관련으로 5차례(현재 논의중인 2차 추경 제외)에 걸쳐 100조원이 넘는 추경을 편성했지만, 대부분 사후 피해 보상에 썼다. 600만명이 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표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지금도 33조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놓고 갑론을박중이다. 그러나 관심은 오직 전국민에게 나눠주느냐, 하위 80%에 나눠 주느냐 여부다.코로나 피해를 원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국산 백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치인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때문에 백신 개발에 추가 배정된 예산은 '언발에 오줌누기' '새발의 피' 수준이다.

이러고도 입만 열면 '백신 주권'을 얘기할 자격이 있는지, 국민의 안녕과 건강을 책임지는 공복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지 각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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