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장미아파트(전용면적 82.5㎡)에 거주하는 A씨는 올해 7월 재산세 납부액으로 238만원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7월분(191만원)보다 24.4% 올라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다. A씨는 “7월분과 9월분 재산세를 합치면 한 달치 월급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내야 한다”며 “가계 운영에 부담이 너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올해 7월분 재산세 고지서를 발송하기 시작했다. 서울 곳곳에선 최고 30% 인상된 고지서를 받은 주택 소유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는 재산세를 감경하기로 했지만, 10곳 중 4~5곳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처지다.
9일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은 지난 6일부터 7월분 재산세 고지서 발송에 들어갔다. 주요 지역 주택 보유자의 재산세 부과금액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불어났다. 서울 강남뿐 아니라 강북에서도 세 부담 상한선인 30%(공시가격 6억원 초과)에 육박하는 재산세 인상률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76.8㎡)의 7월분 재산세는 235만원으로 전년(185만원)보다 27.0% 올랐다. 마포구 래미안웰스트림(84㎡)은 7월 재산세가 27.4% 오른 151만원으로 통보됐다. 용산구 한가람아파트(85㎡)는 지난해 179만원에서 올해 225만원으로 26% 뛰었다.
이들 주택의 재산세가 치솟은 것은 재산세 과세표준인 공시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9.05%, 서울은 19.89%에 달한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B씨는 “은퇴 후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매년 재산세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며 “세금을 내기 위해 대출을 받거나 일자리를 찾아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특례 세율을 적용하면 공시가격 2억5000만~5억원 주택은 7만5000~15만원, 5억~9억원 주택은 15만~27만원가량 재산세가 줄어든다. 이는 2023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행정안전부가 이 같은 개정안을 적용해 추산한 결과 올해 전국 주택분 재산세(7·9월 부과치 합산) 부과금액은 5조9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부과금액 5조7000억원 대비 3%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증가율 13%에 비하면 상승폭이 크게 꺾인 것이다.
이 같은 증가율은 2013년 0.6% 증가한 이후 8년 만의 최저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산세 부과액 증가율은 매년 두 자릿수를 나타내왔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세율 인하로 연간 5124억원의 세제 지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공동주택은 전국 기준으로는 52만4000가구(3.7%)이며 이 중 41만3000가구가 서울에 몰려 있다. 서울 소재 주택의 16.0%가 공시가격 9억원을 넘는다.
올해 기준 전체 주택 1877만 채 중 감경 혜택을 받는 1주택 가구가 보유한 주택은 1087만 채로 57.9%에 해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42.1%는 급등한 공시가격에 따른 재산세 부담을 그대로 떠안게 됐다는 얘기다. 원종훈 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장은 “지역별로 재산세 부담에 대한 온도 차가 있을 수 있다”며 “연말 종합부동산세까지 더하면 고가 주택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은 더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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