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1년 5개월 만에 양자회담을 진행한다.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가 전세계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회담인 만큼 당국과 시장도 그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한·미 통화정책 수장은 세계 실물경제·금융시장 흐름과 한·미 통화정책 공조 방안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눌 것으로 전해졌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 총재는 이날부터 이틀 동안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 파월 의장과 단독 양자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수장의 양자회담은 지난해 2월 22~2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 열린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미 통화정책 수장의 양자회담은 글로벌 실물경제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진행했고, 그 직후 적절한 대응 방안이 제시됐다. 지난해 양자 회담 등을 거쳐 600억달러 규모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작업이 급물살을 타기도 했다.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으로 작년 3월 코로나19로 휘청이는 한국 금융시장도 안정을 되찾았다. 이 총재는 지난해 3월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파월 의장과 회담에 대해 "한국의 금융시장 상황, 당시 코로나19 경제적 영향 등에 관해서 자세히 이야기를 나눴다"며 "한국의 시장 상황에 대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수장이 이번에도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실물경제 충격을 수습할 복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지 관심이 쏠린다. 기준금리 조정과 통화스와프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점을 비롯한 미국 통화정책 향방을 가늠할 만한 힌트를 얻을지도 주목된다.
파월 의장은 물론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 등과도 회동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총재는 이 같은 회의 직후 글로벌 중앙은행의 흐름을 분석한 메모를 작성해 한은 주요 정책부서와 공유해왔다. 한은과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 운용과정에서 이 총재의 메모를 상당 부분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부처 관계자는 "이 총재는 BIS 이사회 멤버로서 각국 중앙은행장들과의 인맥이 탄탄하다"며 "Fed 등 다른 나라 통화정책 공조 방안을 논의하는 등 한은 통화정책 역량을 높일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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