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디디추싱 사태로 美월가-中기업 밀월관계 깨지나"

입력 2021-07-09 17:02   수정 2021-08-08 00:01

미국 월가와 중국 기업간의 끈끈한 '브로맨스' 관계가 깨질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의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에 대해 중국 당국의 고강도 규제가 시작되면서다. 이번 사태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한 미중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결국 중국 정부의 개입으로 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디디추싱은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44억 달러(약 5조원)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지만 현재 주식은 당시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 당국의 강화된 규제가 주된 원인이다.

앞서 중국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지난 4일 디디추싱 앱을 중국의 모든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개인 정보의 수집·사용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앞서 지난 2일에는 디디추싱을 국가 안보 관련 혐의로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더욱이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잣대로 심사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이 수년간 회계 부실 문제를 들어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을 퇴출할 수 있다고 위협했으나 결국 중국이 자국 기업의 상장 활동을 중단하는 셈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그간 미국은 중국 기업의 중요한 자금 조달처로 인식됐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중국 기업이 미 증시에 상장하며 조달한 금액은 260억 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4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뉴욕 상장으로 거둔 250억 달러(약 28조원)보다 큰 규모다.

하지만 현재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에 적대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왔으나 이들의 자금 조달을 돕는 것보다 국가 보안를 중시하기 때문이라는 게 WSJ의 설명이다. 중국 빅테그 기업들의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억제하는 것도 중국 정부의 우선순위가 됐다.

특히 중국이 서비스업보다 제조업, 반도체 독립 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점도 중국 당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설명해준다. 중국 정부는 온라인 식료품 배달 서비스업보다 반도체, 로봇 등과 같은 제조업 분야가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WSJ은 덧붙였다.

데이터 주권에 대한 중국 정부의 우려도 한몫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적대국이나 외국의 경쟁 기술업체가 접근할 수 있는 수많은 정보를 수집함에 따라 중국 정부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동영상 공유 앱 '틱톡(TikTok)'을 미국에서 퇴출하려는 트럼프 전 행정부의 노력도 이같은 우려에서 비롯됐다고 WSJ은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계열사 '앤트 그룹'의 상장이 무기한 연기된 것을 시작으로 중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압박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WSJ은 분석했다. 더욱 강화된 규제가 '표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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