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도 거리두기 4단계 '비상'…9홀·2인 경기 불가피

입력 2021-07-09 17:28   수정 2021-07-15 16:39


골퍼들은 오는 12일부터 2주간 오후 6시가 지나면 3인 이상 플레이를 할 수 없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정부가 9일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하면서다. 오후 6시까지는 4인 이하 모임이 가능하지만, 이후에는 2인 이하 모임만 허용된다. 골프장들은 2단계 때와 마찬가지로 모임 인원 산정에서 캐디가 제외된 것에 안도하면서도 대책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9홀 플레이·홀별 계산·2인 골프 등장
이날 골프장에는 취소·변경 문의가 쇄도했다. 아침 일찍 경기를 시작하는 ‘1부’ 예약에는 문제가 없지만 점심시간보다 약 1시간 앞서 시작하는 ‘2부’ 팀과 오후 4시 이후의 ‘3부’(야간)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2부 팀의 마지막 조는 오후 1~2시께 첫 티샷을 한다. 4인 플레이 평균 소요시간을 5시간 정도로 잡으면 오후 6시 이전에 클럽하우스로 ‘터치다운’하고 해산하기가 쉽지 않다.

4단계 격상 적용 시기가 이틀 앞인 만큼 골프장들은 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기 북부 A골프장의 경우 당장 다음주부터 3부 팀을 2인 1조로 운영할 계획이다. 오후에 출발하는 2부 뒷조들에는 9홀 플레이를 권하고 차액은 환불해주기로 했다.

경기 이천의 B골프장은 1부 마지막 조와 2부 첫 조간의 시간 간격을 줄여 최대한 많은 골퍼가 오후 6시 이전에 경기를 끝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9홀이 끝나고 스타트하우스에서 머무는 시간을 없애 라운드 평균 시간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경기 용인의 C골프장은 오후 6시 이전에 라운드를 마치기 어려운 고객들에게는 ‘홀별 계산’을 하기로 했다. 15번홀까지 경기하면 남은 3개 홀에 대한 그린피를 돌려주는 식이다. 경기 D골프장은 아예 3부 운영을 포기했다.
식당·마셜 캐디 등 외주업체도 비상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골프장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운영하는 팀 수가 줄어들고 골프장 인력들의 업무시간 조정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클럽하우스와 스타트하우스 내 식당은 대부분 외주업체가 운영한다. 골프장으로선 오후 6시까지 내장객을 꾹꾹 눌러 담으려면 결국 골퍼들이 식음료에 소비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미 몇몇 골프장과 외주 업체 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3부 팀을 돕는 마셜(드라이빙) 캐디들의 일자리도 당분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방역수칙 준수 방침에 따라 골프장들은 오후 6시 이후 3부 팀 수를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마셜 캐디는 대부분 골프장이 아닌 외주업체 소속이다. 오후 6시 이후 2인 골프를 할 때 네 명이 나눠 내던 캐디피를 둘이 내는 경우 골퍼에게 부담을 모두 전가할지 여부도 풀어야 할 숙제다.

경기 지역의 한 골프장 대표는 “골프장들은 대부분 ‘2주간은 어떻게든 버티자’는 마음”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4단계 적용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땐 감당하기 힘든 더 큰 혼란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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