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빌딩 자산가 "재혼한 처와 자녀들 재산 갈등 어쩌나" [더 머니이스트-정인국의 상속대전]

입력 2021-07-13 09:49   수정 2021-07-23 13:02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전처로부터 낳은 자녀와 후처와의 갈등이 고민되는 유부단씨(가명) 사례입니다
유부단 씨는 사별한 아내와의 사이에 딸 하나 씨와 아들 두리 씨 이렇게 2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아내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엄마 없이 키웠음에도 딸과 아들 모두 반듯하게 성장했습니다. 유부단 씨는 10여년 전 지인 소개로 남편과 사별하고 외아들을 키우는 후처희 씨를 알게 됐습니다. 두 사람 모두 비슷한 처지라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고, 살림을 합친 후 혼인신고까지 마쳤습니다. 후처희 씨와의 사이에 자녀는 두지 않았습니다.

유부단 씨는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본인의 건강이 그리 좋지 않은 데다가, 최근 들어 유부단 씨의 자녀들과 후처희 씨 사이에 갈등이 심합니다. 후처희 씨가 유부단 씨의 돈으로 자기 아들의 유학자금을 댄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유부단 씨의 승낙을 받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유부단 씨의 자녀들 입장에서는 자신들과 피 한방울 전혀 섞이지 않은 남의 자식 학비가 아버지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유부단 씨는 시가 50억원 가량의 꼬마빌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건물 맨 윗층에는 유부단씨와 아내가 거주하고, 나머지 층은 모두 점포를 임대하여 임대수입이 월 2000만원 정도 됩니다. 생활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는 수준입니다.

문제는 유부단 씨가 죽고 나서입니다. 전처 소생인 유부단 씨의 자녀와 후처희 씨가 사이좋게 건물을 공동소유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을 처분해서 상속비율대로 분할할 것인데, 그렇게 되면 현재 살고 있는 주거지와 고정적인 임대수입이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없는 후처희 씨가 집도 없는 상태에서 현금 십 수억을 손에 쥐어봐야 노년에 생활유지가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후처희 씨에게 단독으로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해주면 자녀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단독상속이 이루어지면 나중에 후처희 씨가 사망한 뒤 후처희 씨와 전 남편 사이의 아들이 그 건물을 상속받을 겁니다. 이러한 상황은 유부단 씨도 원하지 않습니다.

유부단 씨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 후처희 씨가 건물 임대수입으로 노후생활을 편안하게 보내다가, 후처희 씨 역시 사망하고 난 뒤에는 자신의 자녀인 유하나씨와 유두리 씨가 그 이익을 누리는 게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산승계 방식·시기, 수익자 연속신탁으로 유연한 결정 가능
유부단씨의 사례에 대해 조언하기 전에 일단 '신탁'의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탁이란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계약입니다. 대상 재산을 수탁자의 소유로 이전하고, 수탁자는 신탁계약에 따라 이전받은 재산을 관리합니다. 위탁자가 지정한 수익자에게 신탁의 이익을 귀속케 하는 계약을 말합니다.

사례의 경우라면 유부단 씨가 위탁자가 됩니다. 수탁자는 신탁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신탁회사로 정하면 됩니다. 유부단 씨가 보유한 건물의 소유권을 일단 신탁회사에 이전해준 뒤, 신탁회사가 건물을 관리하면서 유부단 씨 사망 후에는 임대수입을 수익자인 후처희 씨에게 지급하는 구조가 됩니다.

다음으로 '수익자 연속신탁'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익자가 사망한 경우 그 수익자가 갖는 수익권이 소멸하고, 다른 사람이 새로 수익권을 취득하도록 정할 수 있는 신탁입니다.

유부단 씨가 사망하면 일단 후처희 씨가 수익자가 되지만, 후처희 씨도 사망하고 나면 유부단 씨의 자녀들로 수익자가 바뀝니다. 따라서 신탁회사는 후처희 씨 사망 후에는 건물의 임대수입을 유하나 씨와 유두리 씨에게 지급하게 됩니다. 이런 방식을 택하면 후처희 씨가 사망한 뒤 후처희 씨의 아들이 (유부단 씨의) 재산을 상속받게 되는 결과도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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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조(수익자연속신탁) 신탁행위로 수익자가 사망한 경우 그 수익자가 갖는 수익권이 소멸하고 타인이 새로 수익권을 취득하도록 하는 뜻을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익자의 사망에 의하여 차례로 타인이 수익권을 취득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법률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문제점 있어
이처럼 수익자 연속신탁을 설정하게 되면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은 신탁회사가 가지돼 수익권은 배우자, 자녀의 순서로 넘어가게 됩니다. 민법상 상속이나 유증을 할 경우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피하면서 목적한 바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법률에 빈틈이 많아 앞으로 법 개정이나 판례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습니다.

1. 상속인들이 유류분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되나

우선 유부단 씨의 사망 후 부동산의 수익자가 후처희 씨 단독으로 지정된 것에 대해서 유하나 씨와 유두리 씨가 유류분 침해를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물론 이들도 후처희 씨가 사망한 뒤에는 수익자로 지정됐지만, 후처희 씨가 젊고 건강하다면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유하나 씨와 유두리 씨가 시기가 불확실한 수익자의 지위를 포기하고 아버지의 사망 시점에서 상속인으로서의 유류분을 주장하는 경우에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최근 하급심 판례는 유언대용신탁과 관련해 신탁계약은 유류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신탁계약으로 유류분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에서도 해당 판례가 유지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신탁의 존속기간은 언제까지인가

유부단씨가 신탁회사와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존속기간을 별도로 정하지 않은 경우에 과연 신탁이 언제까지 존속하는 것인지도 문제됩니다. 후처희 씨 사망 후에 유하나 씨와 유두리 씨가 수익자가 돼 임대수익을 받는 것까지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유하나 씨나 유두리 씨가 사망하면 어떻게 되냐는 것입니다.

유하나 씨나 유두리 씨의 입장에서는 죽을 때까지 임대수익만 받을 것이 아니라, 신탁계약을 해지하고 소유권 자체를 이전받거나 신탁재산을 처분하여 그 대금을 일시에 수령하고 싶어할 수도 있습니다.

무제한의 존속기간을 갖는 신탁은 사회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이에 대한 법률 정비가 필요합니다. 참고로 우리 신탁법의 모델이 된 일본 신탁법에서는 수익자 연속신탁의 존속기간을 30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신탁법에서는 21년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정인국 한서법률사무소 변호사/세무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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