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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실리콘밸리를 구성하는 도시)에 있는 구글 본사 '구글플렉스'는 고요했다. 각 사무동 출입구엔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back! We're so happy to have you here)란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었지만 대부분의 문은 잠겨 있었다. 구글 로고가 건물 벽에 크게 박혀 있어 방문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던 카페와 안드로이드 캐릭터 조형물 근처에도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차로 7분 떨어진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 캠퍼스도 상황은 비슷했다. 넓은 주차장엔 차가 서너대 밖에 안 보였다. 건물 출입구 근처엔 역시 사람이 없었다. 삼성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방범 로봇이 기자 쪽으로 렌즈를 맞추고 경계할 뿐이었다.
하지만 빅테크기업 본사 등에선 '코로나19 경계령'이 아직 해제되지 않은 분위기다. 산타클라라에 있는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 인텔 정문 출입구는 굳게 닫혀있었다. 인텔에서 5분 거리에 있는 CPU(중앙처리장치)시장의 경쟁업체 AMD 건물에서도 사람의 움직임은 찾을 수 없었다.
현재 직원들은 고향으로 돌아갔거나 각자 거처에서 재택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구글플렉스에서 기자에게 나갈 것을 요청한 한 보안요원은 "실리콘밸리 대기업에 다니는 여동생도 수 개월 째 재택근무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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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기자가 사는 한 산타클라라 아파트의 공용 업무공간은 노트북을 갖고 일하는 20~30대 젊은 현지인들로 하루 종일 붐빈다. 주말 상황도 다르지 않다. 실리콘밸리 현지 기업 관계자는 "구글, 애플,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아직 해제하지 않은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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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도 3일 출근, 2일 재택 또는 원격 근무하는 '하이브리드 체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직원들에게 "사무실을 다시 열면 직원의 20%는 재택근무를, 또 다른 20%는 근무 부서가 아닌 다른 지역 사무실에서 원격근무를 할 수 있다"며 "60%는 사무실로 출근해야할 것"이라고 알렸다. 아마존 등도 '주 3일 의무 출근' 제도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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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은 시장조사업체 콜리어를 인용해 "신규 임대, 임차인이 2분기에 입주한 사전 임대 청사, 기업이 직접 매입한 청사 등이 들어찬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애플은 지난 5월 본사 인근 서니베일에 70만1000스퀘어피트(6만5125㎡) 규모 사무실을 추가로 임대했다. 넷앱(NetApp)은 지난 4월 산타나 로에 있는 총 30만1000스퀘어피트의 사무실 건물을 임대해 본사를 산호세에서 이전하기로했다. 구글은 지난 5월 최대 2만5000명의 직원이 근무할 수 있는 새너제이 시내의 복합용도 주택지 개발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IT전문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지난 6월 애플의 자체 설문에 참여한 직원 1749명 중 약 90%가 "유연한 근무 옵션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근무처가 유연하지 않아 동료 중 일부가 애플을 떠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엔 58.5%가 "매우 동의한다"고 답했다.
근무 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자 일부 기업들은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직원 이탈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을 정했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직원들에 1500달러(약 17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한다. MS는 이번 보너스 지급에 약 2억달러(약 2300억원)를 들일 것으로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근무 환경이 사무실 출근으로 바뀐데 따른 격려 차원의 보너스다. 캐슬린 호건 MS 최고인사책임자는 "보너스가 7월이나 8월 중 지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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