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상장 사실상 허가제로…인터넷 기업에 족쇄 채운 중국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입력 2021-07-11 11:48   수정 2021-08-10 00:01


중국이 회원 100만명 이상의 자국 인터넷 기업이 해외에 상장하려면 반드시 사전 심사를 받도록 하기로 했다. 사실상 해외 상장 허가제를 도입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당국은 자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의 계열사 간 합병을 금지시켰다.

11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중국의 인터넷 감독을 총괄하는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전날 인터넷안보심사규정 개정안을 공개했다. 오는 25일까지 의견 수렴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회원 100만명 이상인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 해외에 상장할 때 반드시 당국으로부터 사이버 안보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인구가 14억명에 달하는 중국에서 회원 100만명 이상의 기준은 해외 상장을 검토하는 거의 모든 기업에 해당한다.

이로써 중국 기술기업의 해외 상장은 사실상 허가제로 바뀌게 됐다. 현재 중국 기업들이 미국 등 해외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명문 규정은 없다.

CAC는 개정안에서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외에 상장한 중국 기업 절대 다수가 미국을 선택한 점에서 볼 때 이번 조치는 미국 증시 상장 억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지난 6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행정부인 국무원은 자국 기업의 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을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승차호출업체 디디추싱이 당국의 만류에도 지난달 30일 뉴욕증시 상장을 강행한 이후 규제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중국 회귀' 흐름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중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국가시장감독총국은 자국의 양대 게임방송 플랫폼인 후야와 더우위의 기업결합을 금지했다. 후야와 더우위의 최대 주주인 텐센트가 작년 8월 두 업체 합병 계획을 공식화하고 기업결합 승인 신청을 낸 지 11개월 만이다.

시장감독총국은 텐센트가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40%를 차지한 가운데 게임방송 시장점유율이 각각 40%와 30%에 달하는 후야와 더우위까지 합병하면 게임에서 인터넷 방송까지 걸쳐 있는 텐센트의 지배력이 지나치게 커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후야와 더우위는 모두 미국 증시 상장사이기도 하다.

중국은 반독점을 내세워 작년 가을부터 자국 플랫폼 기업들의 규제를 본격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여러 기업의 과거 인수·합병(M&A) 사례들에 각 건마다 최대 50만 위안(약 88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해 왔다. 이번처럼 시장의 주목을 받는 대형 거래를 사전에 차단한 것은 새로운 경향으로 지목된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중 중국의 거대 인터넷 기업들은 그동안 당국의 묵인과 관련 법 규정의 미비를 이용해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M&A를 벌여왔다. 하지만 당국이 13년 만에 반독점법 개정에 나서는 등 무분별한 확장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향후 성장에 제약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반독점법 개정안은 플랫폼 기업에게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인정하는 구체적 기준을 담고 반경쟁적 M&A에 대한 벌금 액수를 올리는 등 관련 영역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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