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 급락세가 ‘일시적’이냐 여부를 떠나 의미가 큰 것은 ‘경기둔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Fed가 경기예측 지표로 높게 평가하는 장단기 금리 차가 단고장저로 역전될 경우 경기둔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최근처럼 미국 경기가 올해 2분기를 고비로 둔화될 것이라는 정점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는 ‘경기침체’로까지 해석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오랜만에 지난 2분기까지 ‘골디락스’라는 용어가 나올 만큼 낙관론이 불었던 미국 증시에서 앞으로 경기가 둔화된다면 ‘제2 닷컴 버블 붕괴’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2000년대 들어서자마자 장기 금리가 급락한 것이 닷컴 버블 붕괴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현재 거품 정도가 심한 것은 정크(혹은 하이일드) 본드, 알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대형 기술주 순이다. 정크 본드에 낀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지는 오래됐고 암호화폐 가격도 심상치 않다. 제2 닷컴 버블론이 현실화된다면 대형 기술주 주가가 의외로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집값도 거품이 끼어 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택 공급이 제한된 반면 재택근무로 주택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해진 점을 감안하면 거품이 붕괴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델타 변이가 확산할 경우 집값이 추가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중요한 것은 최근 국채 금리 급락세가 ‘일시적’인지 그리고 ‘경기 요인’을 반영하는 것인지 여부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정책적인 요인과 엔 캐리 자금을 주도하는 와타나베 부인의 미국 국채 매입과 결부돼 있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은 낮다 하더라도 경기둔화를 예고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게 맞다.
오히려 지난 4월 물가지표 발표 이후처럼 국채 금리가 급등할 경우 미국 재무부와 Fed로서는 부담스럽다. 올해 상반기 경기 부양책에 이어 하반기 들어 인프라 확충 계획을 추진해야 할 재무부로서는 적자국채 발행으로 국채 금리가 급등할 경우 ‘구축 효과(crowding out effect)’로 경기 부양 효과는 작아지고 이자 비용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Fed도 국채 금리가 급등할 경우 금리체계 유지와 외국인 자금 유입에 따른 자산 거품이 더 심해져 의도와 관계없이 테이퍼링을 앞당겨야 한다. 6월 Fed 회의 이후 국채 금리가 급락하는 것도 인프라 확충 계획을 1조달러 정도 축소하고 테이퍼링을 가능한 한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Fed의 노력이 작용하고 있다.
결국 국채 금리 급락과 맞물려 제기되고 있는 제2 닷컴 버블과 코인 버블 붕괴론이 가시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증시와 코인시장이 전환점을 맞고 있는 만큼 올해 말을 앞두고 배당성향이 높은 종목 위주로 조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 개별 종목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상장지수펀드(ETF), 연금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놓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우리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미국 국채 금리 움직임과 테이퍼링이 가변적인데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를 올릴 의사를 밝힐 필요가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이 23개 신흥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한은이 선제적 금리 인상을 추진하는 논거인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외자 이탈 가능성은 한국이 가장 낮게 나온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시각도 2018년 11월 당시 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가 경기를 더 침체시켰던 악몽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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