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42년 만에 경기 평택공장을 매각하고 미래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공장 시설이 낡아 전기차 양산 등 미래차 영역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다. 부지 매각으로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구조를 개선함으로써 매각 작업의 걸림돌을 해소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쌍용차는 지난 9일 평택시와 ‘쌍용차 평택공장 이전·개발 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11일 발표했다. 체결식에는 정장선 평택시장,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 정일권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협약에 따라 쌍용차는 칠괴동의 평택공장(70만㎡)을 매각하고 평택시 내 다른 지역에 공장을 지어 이전한다. 양측은 12일부터 실무협의단을 구성해 부지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이전 부지를 확정할 예정이다. 1979년 설립된 쌍용차 평택공장은 최근 실시된 자산 재평가에서 부지 가치가 9000억원가량으로 평가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업회생을 위해 자구안을 가결한 쌍용차는 지난달 28일 매각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인수합병(M&A) 절차에 들어갔다. 부지 매각은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 새로운 주인 찾기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쌍용차는 우선 매각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으로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을 생산하는 미래차 전용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3930명이 근무하는 현 공장이 위치한 칠괴산업단지에는 생산라인을 추가할 부지가 없다. 또 기존 공장의 생산 라인을 조절하려면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쌍용차는 평택공장에서 첫 전기차인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란도 이모션’을 포함해 티볼리, 렉스턴 등 7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쌍용차는 코란도 이모션을 오는 10월부터 유럽에 수출할 예정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그동안 제조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친환경차 등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했다”며 “공장 이전에 따른 생산 중단을 방지하기 위해 부지 매각과 새 공장 건설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관리인은 “평택공장 이전은 쌍용차의 미래를 위한 중장기 경쟁력 확보의 일환”이라며 “2026년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모델을 포함해 6종의 친환경차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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