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국내 증권 자본시장에서 기업어음을 통한 자금조달을 시작했다. 미국 웹툰·웹소설 콘텐츠 플랫폼인 타파스와 래디쉬 등의 인수합병(M&A)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 회사는 조만간 카카오 본사에서 다시 떨어져나온 멜론컴퍼니와 합병해 덩치를 키우고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등 재무구조 안정화 작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지난주 총 30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91일 만기물 700억원, 363일 물 2300억원 규모로 액면가 10억~100억원 짜리 어음 50매를 발행, KB증권을 통해 할인받아 현금을 마련했다. 앞서 한국신용평가 등은 카카오엔터의 단기 신용등급을 비교적 우랑등급인 'A2+'로 평가했다. 금리는 연 1%대 중반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3월 웹툰·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와 연예 콘텐츠사 카카오엠이 합병해 탄생한 종합 콘텐츠 기업이다. 지난해 국내 콘텐츠사들을 잇따라 인수한 데 이어 올들어선 동시다발적으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미권 웹소설 플랫폼 레디쉬 인수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5월부터 1800억원 가량을 투입해 레디쉬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등 오는 25일까지 총 3000여억원 가량을 들여 구주를 99% 이상 확보할 예정이다. 조만간 이 회사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1021억원 가량을 추가 출자한다.
영미권 웹툰 플랫폼 타파스 미디어에도 3741억원을 투입해 100%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다. 지난달 말 김창원 타파스 창업자의 지분을 933억원에 인수하는 등 2720억원을 들여 구주를 확보했다. 타파스에도 1021억원의 추가 출자가 예정돼 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6일엔 국내 자회사 바람픽처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21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바람픽처스는 카카오가 지난해 인수한 드라마·영화 콘텐츠사다. 제작사로 공동참여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아신전'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총자산(美콘텐츠사 인수전·카카오엠과 카카오페이지 단순합산)이 1조6311억원에 불과한 회사다. 지난해 매출이 8238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139억원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844억원으로 단기부채에 비해선 많은 편이나 수 천억원 단위 M&A와 추가투자를 위해선 역부족이다.
업계에선 카카오엔터가 멜론과의 합병해 덩치를 키워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내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추가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타파스와 래디쉬는 물론 국내 콘텐츠사에도 지속적인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멜론은 연매출 5000억원에 영업이익 800억원을 내는 캐시카우로서 카카오엔터의 자금마련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유튜브 뮤직의 공세와 경쟁사들의 견제에 멜론의 시장점유율이 하향세를 보이고, 글로벌 음원업체 스포티파이가 국내 상륙을 준비하면서 미래가 위태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음원 서비스와 카카오엔터의 다른 콘텐츠 간 시너지 효과가 원활한 자금조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