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본인이 피력하고 있는 '작은 정부론'에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을 두고 "철학적 빈곤"이라며 "최소한의 품격을 갖추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12일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을 통해 "주말 내내 황당한 일들이 있었다"며 "먼저 작은 정부론에 따라 여성가족부와 통일부에 대한 폐지 필요성을 언급하니 민주당의 다양한 스피커들이 저렴한 언어와 인신공격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가족부와 통일부는 특임 부처이고 생긴 지 20년이 넘은 부처들이기 때문에 그 특별 임무에 대해 평가를 할 때가 됐다"며 "국내에서 젠더 갈등은 나날이 심해져 가고 있는데 여성가족부는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여성을 위한 25억 원 규모의 ODA 사업을 추진하는 등 부처의 존립을 위해 특임 부처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을 계속 만든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은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우리 국민을 살해하고 시식을 소각하는데 통일부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 조직들은 수명이 다했거나 애초에 아무 역할이 없는 부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야당과 입법부의 으뜸가는 역할은 정부의 기능에 대한 감시인데, 정부 부처들의 문제를 야당이 지적했더니 민주당에서는 젠더 감수성을 가지라느니, 윤석열 총장 의혹을 덮으려고 한다느니, 통일을 위해서 뭘 했냐느니 하고 있다"며 "이게 대한민국의 정당 간의 정상적인 상호 반론이냐. 국민들이 보고 있다. 최소한의 품격을 갖추라"라고 지적했다.
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11일 민주당 경선 선거인단 참여를 공개 독려한 것을 두고 민주당이 법적 대응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이 대표는 "먼저 짚어야 할 점은 민주당이 국민선거인단을 과도하게 늘리기 위해 불특정 다수에게 너무 많은 스팸 문자를 살포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제가 아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저에게도 참여 문자를 많이 보낸 것으로 봐서 민주당 국회의원과 친소 관계가 있는 '일반국민'들에게 선거인단 가입을 종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 농담으로 말씀드리면 오히려 김재원 최고위원이 껴있는 게 민심에 가까운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두 가지 사건을 관통하는 첫 번째 공통점은 호들갑"이라며 "그리고 두 번째는 철학적 빈곤이다. 집권 여당이 이렇게 가볍게 이슈에 대응해서야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나라 부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조금 많다"며 "여가부나 통일부 이런 것들을 없애고, 기형적으로 돼 있는 보건복지부나 과기정통부 등의 업무도 조정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가부와 통일부의 폐지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통일부 폐지를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국내외의 의문을 야기하고 남북관계와 대외관계에 불편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여가부 폐지론을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여성가족부는 그 업무를 부분적으로 조정할 필요는 있지만, 성 평등 사회 구현 등 본질적인 업무는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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