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영국 노마스크와 한국 거리두기

입력 2021-07-12 17:16   수정 2021-08-23 09:52

영국 런던에서는 지난 주말 윔블던 테니스 남녀 단식 결승과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결승전이 열렸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코로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없었다.

확진자 3만 명대인 영국에서 이런 광경이 펼쳐진 건 정부가 오는 19일부터 모든 코로나 규제를 해제키로 한 영향이 컸다. 확진자 수가 영국의 30분의 1 정도인데도 수도권에서 사실상 ‘일상 멈춤’ 상태에 돌입한 한국과는 너무 다르다. 국내에서는 프로축구 프로야구의 수도권 경기가 모두 무관중으로 전환됐다.

두 나라는 왜 이렇게 다를까. 백신 접종률을 보면 영국 성인 87%가 1차, 65%가 2차 접종을 마쳤다. 한국은 1차 접종률은 30%, 완료율은 11%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제법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영국 정부가 코로나 규제 해제 이유로 내세운 가장 큰 팩트는 사망자와 중환자가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뒤 영국의 코로나 사망률은 대체로 0.1% 아래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 누적 사망률이 1.2%지만 최근에는 0.1% 전후다.

영국 정부는 “감염과 사망 사이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있다”며 “이제는 코로나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접종률에선 영국의 절반도 안 되지만 인구 대비 확진자 수나 사망률 등에서는 별로 뒤지지 않는다.

결국 두 나라의 결정적 차이는 코로나를 보는 시각인 듯하다. 영국은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걸릴 수 있지만 치명적이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식이다. 반면 한국에서 코로나는 일단 걸리면 큰일 나는 병이다. 가족 이웃 직장에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고, 그래서인지 확진자들은 심리적으로도 위축된다. 확진자를 보는 세간의 시선도 냉담하다.

집단주의적 농경문화의 영향이라는 해석도 있고, 오구라 기조 일본 교토대 교수의 지적대로 ‘도덕 지향성 국가’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국인들이 마스크 쓰기를 잘하는 이면에는 이런 의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역병을 대하는 태도는 나라마다 다르고 어떤 게 옳다고 단정할 수 없다. 분명한 건 코로나가 조만간 종식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독감처럼 함께 가는 지혜를 찾을 필요도 있다. 확진자 숫자에만 매달려 기계적으로 일상을 통제하는 방식은 정교하게 다듬을 때도 된 듯싶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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