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주요 철강사와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올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 간 가격에 대한 이견이 워낙 커 협상 타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사와 철강사는 상·하반기로 나눠 연 2회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올 상반기엔 양측이 t당 60만원에서 70만원으로, 10만원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철강사는 이번 추가 인상을 통해 t당 130만원에 달하는 시중 후판 유통가격과 조선사 공급가격의 차이를 좁히겠다는 방침이다.
선박 제조에 쓰이는 두께 6㎜ 이상 후판은 조선 원가의 20%를 차지한다. 후판 가격이 t당 5만원 오르면 조선업계의 원가 부담은 연간 약 3000억원 늘어난다. 대형 수요기업 대상 공급 비중이 70%가 넘는 주요 철강사는 후판 가격이 오르면 수익이 크게 늘어난다. 양측이 매번 치열한 후판 가격 협상을 벌이는 배경이다.
철강사는 최근 몇 년간 조선업계 불황에 따른 고통 분담 차원에서 후판 가격을 동결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철강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치솟은 만큼 인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국제 철광석 가격은 올 2월 t당 154.9달러에서 5월 226.5달러로, 3개월 만에 46.2% 급등했다. 더욱이 국내 조선사의 ‘수주 랠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참을 만큼 참았다’는 것이 철강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조선사들도 후판 가격 인상의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다. 다만 급격한 후판 가격 인상안에 크게 놀라고 있다. 글로벌 조선 시황이 살아나고 있지만 오랜 조선업 불황으로 낮았던 선가가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게 조선사들의 설명이다. 올 들어 본격화한 수주 랠리가 실적에 본격 반영되려면 2년가량 시간이 걸리는 것도 고민거리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된다. 한국조선해양도 1분기(675억원)와 비슷한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칠 전망이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포스코 분기 영업이익만 2조원이 넘는 등 철강업계가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다”며 “조선업 불황을 감안해 합리적인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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