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로버트슨 HRW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HRW의 공식 성명을 보내고 “전직 인권변호사가 이끄는 한국 정부가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 정권 중 하나인 북한 정부를 옹호하기 위해 자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은 모순적이고도 슬픈 일”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HRW는 앞서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통과됐을 때부터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우려를 표해왔다.
HRW의 한국 정부 작심 비판은 한국 정부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보낸 서한이 계기가 됐다. 정부는 지난 8일 OHCHR에 서한을 보내 “대북전단금지법은 접경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한만 가하고 있다”며 “표현의 ‘수단’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지,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본질적인 ‘내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전단 살포를 제한하지 않고 주민의 삶에 위협을 끼칠 수 있는 경우만 제한한다”며 “법이 광범위하게 해석돼 부적절한 처벌로 이어진다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4월 유엔 특별인권보고관들이 “대북전단금지법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19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한국 정부 입장을 요청한 서한에 대한 답변이다.
표현의 내용이 아닌 수단만을 제한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HRW는 “한국 정부의 반응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HRW는 “문재인 정부는 한국인의 기본 인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법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피하려고 할 수 있는 말은 뭐든지 하면서 그때 그때 핑곗거리를 만들고 있다”며 “이 법은 북한 주민들에게 그들의 권리에 대해 알려주려는 외부 단체들을 맹렬히 비난해온 김정은과 그의 여동생의 분노를 달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통과된 정치적인 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가 국제 인권 기준을 무시했다고도 비판했다. HRW는 “한국 정부가 국제 인권 기준을 준수하는데 진지하게 임했다면 그렇게 광범위한 금지책을 통과시키거나 집행하기보다 현행법을 활용해 사례별, 사건별로 규제하는 접근법을 취했을 것”이라며 “대북전단금지법처럼 특정 행동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어떤 타당한 제약의 범위도 훨씬 넘어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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