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산으로 가는 재난지원금…결국 청와대에 달렸다

입력 2021-07-13 17:25   수정 2021-07-14 02:27

정부가 마련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표류하고 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불거진 와중에 유력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의견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산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치인들은 각자의 셈법대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동의권’을 무기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정리하지 않고선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게 정치권과 정부의 시각이다.

정부와 여야는 재난지원금 지급 규모와 방식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정부는 소득 하위 80% 지급과 저소득층 추가 지원, 카드 캐시백 등 기존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 조합이 최대한 많은 범위의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면서도 어려운 사람에게 더 많은 금액을 줄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추경 발표 후 초기에는 이 같은 정부의 주장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질 것으로 여겨졌다. 정치권에서도 맞벌이 가구 등 일부 대상 확대를 위한 미세 조정만을 언급했다. 하지만 코로나19 4차 유행이 확산하면서 하루 확진자 수가 1300명대까지 치솟자 여권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추경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지 말고 전 국민에게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은 피해가 예상되는 소상공인에 대한 두터운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야당에서는 “선별 지원이 당론”이라며 전 국민 지원금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의견을 조율했다. 당초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합의했다고 발표됐지만 이후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을 우선 지원하고 남는 돈으로 전 국민 지원금을 고민하자는 취지였다’는 해명이 나왔다.

정부와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재난지원금 난맥상이 풀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작년 4월 정부가 1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여당과 갈등을 빚었을 때와 비슷한 결말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에만 주는 방안을 내놨다. 전 국민 지급을 요구하는 여당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풀리지 않을 것 같던 갈등은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리됐다. 문 대통령이 소득 상위계층은 지원금을 받은 후 기부하도록 유도하자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전 국민 지원금 쪽으로 무게추가 급격히 기울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추경 수정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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