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해님과 달님'처럼

입력 2021-07-13 17:31   수정 2021-07-14 00:03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읽었을 ‘해님과 달님’이란 전래동화가 있다. 오누이는 호랑이를 피해 동아줄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는데, 어둠을 무서워하는 동생은 해가 돼 아침부터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오빠는 밤하늘에 달이 돼 어두운 세상을 밝힌다.

책을 읽고 나서 ‘해와 달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구나’ 하며 마냥 신기해했는데, 문득 그 이야기를 통해 ‘성장과 안정’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각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본 것이다. 해는 지구를 온전히 감싸며 생명이 올곧게 자라나게 하고, 달은 휴식의 시간을 알리며 재충전과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서로 번갈아가며 균형 있는 모습으로 지금도 낮과 밤을 지키고 있다.

필자가 속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주요 사업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정책자금 지원이다. 여기에서도 성장과 안정은 중요한 키워드다. 중소기업이 창업해 성장기와 성숙기, 재도약기로 이어지는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적기에 지원함으로써 성장판과 안전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까닭이다. 스타트업, 기술개발 및 수출기업에는 해님처럼 따뜻한 성장의 빛이 필요하고 경영애로, 재창업, 재해피해 기업에는 달님처럼 밤하늘의 어둠을 밝히는 빛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뜀틀을 뛰어본 경험은 모두 있을 것이다. 넘기 전에는 그 높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순간 망설여지지만, 도움닫기 후 디딤판을 발로 힘껏 디디면 손쉽게 뜀틀을 넘을 수 있었다. 착지하는 곳에는 매트를 깔아 안전하게 내려오거나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했다. 정책자금은 중소기업에 바로 디딤판과 매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실례로, 자율주행 물류 로봇을 만드는 한 스타트업은 청년창업자금을 지원받아 우선 기술을 안정적으로 개발하는 용도로 활용했다. 이후 비대면 산업과 물류 시장 확대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디자인 개선에 필요한 정책자금을 추가 활용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현재는 물류 혁신을 선도하며 내년 기업공개(IPO)라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반면,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어려움을 겪었지만 슬기롭게 이겨나가는 기업도 있다. 30년 이상 자동차 부품 금형을 만들어 수출해오던 한 제조기업은 해외 완성차 공장이 멈춰서면서 수출길이 막혀 답답한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기술력으로 무장한 전통 제조업의 위엄은 위기 때 발휘되는 법이다. 경영 안정과 신시장 진출을 위한 자금을 활용해 미래차에 적용할 기술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어찌 보면 생물과 많은 점이 닮았다. 태어나서 자라나고, 성장한 후 늙어 죽고,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또 한 가지, 한순간도 그 자리에 멈춰 있지 않는다는 것. 끊임없이 각자의 위치와 역할에 충실하며 성장과 안정을 반복하며 균형을 이뤄갈 뿐이다. ‘해님과 달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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