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사람이 '尹 치고 우리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 '경찰과도 얘기가 됐다' 그런 식으로 얘기했습니다."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모(43·구속)씨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이동훈(51)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3일 경찰에 출석해 이같이 발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전 위원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오후 6시까지 약 8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오후 6시께까지 이 전 위원을 소환해 조사했다.
사기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 중인 김씨는 앞선 경찰 조사에서 이 전 위원에게 골프채 등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위원은 조사를 마친 뒤 경찰 청사를 빠져나오면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여권, 정권의 사람이라는 사람이 찾아온 적은 있다. 와이(Y·윤석열)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 경찰과도 조율이 됐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깜짝 폭로했다.
이에 이 전 위원은 "저는 안 하겠다, 못 하겠다 했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거절하자) 제 얼굴과 이름이 언론에 도배가 됐다. 윤 총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한 그날이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며 "공작이다"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전 위원을 비롯해 김씨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를 받는 이모 부부장검사, 직위해제된 전 포항남부경찰서장 배모 총경, 엄성섭 TV조선 앵커, 언론인 2명 등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 전 위원은 지난달 윤 전 총장의 대선 캠프에 합류한 지 불과 열흘 만에 돌연 사퇴해 궁금증을 낳았다.
이 전 위원이 이같은 발언을 하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충격적인 사안이다"라며 "정권을 도우면 없던일로 해주겠다고 회유를 했다니...당 차원에서 즉각적인 진상규명에 착수하겠다"고 페이스북에 입장을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 또한 발칵 뒤집혔다. 네티즌들은 "대선 최대 핵폭탄이 터졌다"면서 "뇌물 받고 수사받는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이니 검증이 필요하다", "뇌물과 별도로 공작정치는 근원을 캐야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법이 정한 대로 수사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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