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들한테 심심치 않게 듣는 얘기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인 블루에 콜을 몰아주고 일반 유료회원은 뒷전이라는 얘기를 들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비대면 시대에 가장 바쁜 배달 라이더들의 볼멘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배차한다는데 믿음이 안 간다”는 불만이 높다. 쿠팡은 AI를 통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다른 상품보다 먼저 노출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해당 플랫폼 업체들의 공통 답변은 ‘알고리즘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네이버도 예외가 아니다. 네이버는 온라인 뉴스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 “알고리즘에 의해 배치된다”고 답하고 있다.
그럼에도 플랫폼 종사자나 소비자의 문제 제기에 ‘알고리즘 핑계’로 일관하는 태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알고리즘을 이해하기 어려운 일반인에게 ‘알고리즘이 모두 결정한다’는 설명은 사실상의 입막음이나 다름없다. 특히 플랫폼을 통해 생계를 꾸려가는 관련 종사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승복할 수 없는 설명은 향후 부메랑이 될 소지가 크다.
작은 불씨가 큰불로 번지는 사례는 적지 않다. 골목 서점들의 반발에서 시작된 아마존에 대한 공세는 최근 미국 정부와 입법부의 빅테크 기업 규제로 현실화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의 잠재 경쟁자 인수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이 발동되고 여차하면 20세기에 횡행했던 반독점금지법까지 등장할 태세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을 겨냥한 반독점조사와 벌금뿐 아니라 디지털시장법안(DMA) 등 규제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혁신의 선봉인 플랫폼 기업이 일상 깊숙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기존 산업, 플랫폼 종사자, 소비자 사이의 마찰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알고리즘 만사형통식의 설득 태도는 자칫 정서적 반발은 물론 과도한 규제론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의 ‘테크래시’를 남 일처럼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