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암호화폐(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네 개나 된다. 모두 투자자 보호를 내세우지만, 거래소 설치요건부터 검사·감독권까지 기본적으로 규제법이다. 20~30대의 ‘빚투’ 현상, 7만 명이 4조원가량 피해를 입은 사기극, 툭하면 불거지는 허위공시 등을 의식한 것이겠지만 과욕은 금물이다. 법으로 모든 사건·사고를 다 막을 수도 없거니와, 때로는 규제 일변도 법은 오히려 없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법과 감시행정은 ‘정부 최소개입’과 ‘투자자 자기책임’의 두 가지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 다른 금융영역이나 신기술·신산업 분야와 다를 바가 없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 9월 폐쇄’까지 언급하면서 투자자 스스로의 책임을 역설해왔던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뒤늦게 시작한 관계부처 합동의 법제화도 다양한 형태의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규정부터 명확히 하면서 재산권의 보호·양도·거래·과세 등에 대해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서비스 등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간섭과 개입 배제다. 혼란한 암호화폐 시장 옆에 블록체인 기반의 다양한 미래형 신산업이 꿈틀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엊그제 열린 한국금융ICT융합학회에서 발표·토론한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의 활동과 가시화된 성과 사례를 보면 놀라울 정도다. 휴대폰 안에 운전면허나 주민등록 등·초본, 사업자등록증명을 다 넣는 DID(분산신원인증)는 정부(행정안전부)도 관심을 가져온 통신업계의 블록체인 신사업이다.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NFT(대체불가토큰)’ ‘메타버스(가상현실세계)’의 기술적 진보가 뒤늦게 불붙은 규제법에 발목 잡혀서는 곤란하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철퇴를 휘두르는 식이라면 블록체인 생태계의 새싹을 짓밟는 우를 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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