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에 있는 ‘우리금융남산타워’ 사옥명을 ‘우리금융디지털타워’로 바꿨다. 지주의 디지털·IT(정보기술) 부문과 우리에프아이에스의 디지털개발본부도 이 건물로 이전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매일 오후 이곳에 마련된 ‘디지털 집무실’로 출근해 실무진과 디지털 전환(DT) 전략 수립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디지털 퍼스트’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경영전략으로 제시한 우리금융의 혁신 의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WON뱅킹 앱에서 우리은행이 최근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우리 아이 계좌조회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이는 미성년 자녀 명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이 만 14세 미만 자녀 계좌의 이용내역을 간단한 동의 절차만으로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우리금융은 또 우리카드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우리페이’도 우리WON뱅킹에 탑재할 계획이다. 비대면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택배 예약 및 조회 서비스 제휴도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금융 서비스와 과감한 결합을 통해 경쟁력 있는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재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KT, 한국IBM과 ‘인공지능(AI) 혁신을 위한 삼각 동맹’을 체결했다. 지난 3월에는 KT 및 교보생명과 협약을 맺고 KAIST에 빅데이터와 AI 분야 인재양성을 위한 산학연계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지난 4월엔 우리은행이 네이버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디지털 신사업 발굴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특히 마이데이터 기반의 개인화된 재무설계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고객의 신용정보, 자산, 가처분소득 등 금융정보와 기타 비금융정보를 AI를 통해 입체적으로 분석한 뒤 돈을 어떻게 모으고 불려야 할지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마이데이터는 기본적으로 개인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업권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상공인,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고도화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은 다양한 업종 내 기업들과 적극적인 제휴를 통한 ‘마이데이터 파트너십’을 구성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마이데이터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작년 10월 ‘DT추진단’ 내 ‘마이데이터 액트(ACT)’ 조직을 신설했다. 앞서 지난해 5월엔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손태승 회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위원회 산하 ‘디지털혁신총괄장’ 임무를 수행 중이다. 손 회장은 위원회 출범 당시 “지금이 디지털 혁신의 골든타임”이라며 디지털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우리은행의 올해 경영목표도 ‘디지털 퍼스트, 디지털 이니셔티브’다.
AI로 가상 은행원을 구현하는 ‘AI 뱅커’도 개발하고 있다. AI 뱅커는 직원 연수프로그램(AI 교수)과 사내 방송(AI 아나운서) 등에 먼저 도입된다. 향후 스마트 키오스크 화상 업무까지 맡기는 등 점차 AI 뱅커의 업무 범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마케팅 과정에도 AI를 도입했다. 지난 1월부터 나이와 직업, 라이프스타일 등 고객의 성향과 행동기반을 기반으로 최적화된 금융상품을 실시간 제공하는 AI 기반 개인화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AI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고객이 AI가 추천한 상품에 가입한 비율이 기존보다 크게 증가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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