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첫 원격수업을 받는데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아서 하루 연차를 냈습니다. ‘원격수업’이 아니라 ‘엄마수업’ 같네요.”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정모씨)
“어제 백신을 맞았는데 휴가도 못냈어요. 몸살 기운이 있지만 대체 인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출근했습니다.” (서울 A초교 교사 이모씨)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따라 수도권 학교들이 전면 원격수업에 돌입한 14일 교육현장에선 대혼란이 벌어졌다. 맞벌이 부부들은 연차를 내고 자녀들의 원격수업 준비에 매달렸다. 학교는 늘어난 긴급돌봄 서비스 수요로 인력을 구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이번에 첫 원격수업을 시작한 초등 1학년 학부모들은 서둘러 노트북·태블릿PC를 구매하고 원격수업 방법을 배우는 등 고역을 치렀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주말(10~11일) 웹캠, 태블릿PC, 노트북 매출액은 전 주 대비 각각 220%, 45%, 30% 늘었다.
불가피하게 ‘긴급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들이 돌봄교실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에따라 사설 돌봄 서비스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아동 교육·돌봄 서비스 ‘자란다’ 관계자는 “원격수업 발표 이후 가입자 수가 폭증했다”며 “주로 원격수업을 도와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전했다.
사교육 의존도도 더 커지고 있다.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김모 씨(45)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불안하지만 등교를 안하는 상황에 학원마저 안 보낼 수는 없다”며 “주변 학부모들도 오히려 학원을 새로 신청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지난 13일 성명서를 통해 “초등학교들은 대체강사로 주로 명예퇴직자 또는 임용대기자를 활용하는데, 이들은 원격수업 경험이 없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원도 거리두기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원격수업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학원들이 대면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거리두기 지침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업들을 쪼개서 학생들을 분산시키고 있다”며 “원래 대부분의 수업이 저녁시간에 편성돼 있었는데, 지금은 아침 9시부터 수업을 해서 선생님들이 더 일찍 출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원 강사들의 고충도 더 커졌다. 인천의 영어학원 강사 박모씨(33)는 “수 시간 수업하는데 학원 안에서 음식도 못 먹고 물도 수업 시간에는 자제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학원계 일각에서는 유전자증폭(PCR) 선제검사 의무도 부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 권고에 따라 학원 강사들은 2주 간격으로 유전자증폭(PCR) 선제검사를 받아야 한다. 수원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위반할 경우 집합금지 또는 벌금을 청구하기로 했다. 수도권 학원 단체 ‘함께하는사교육연합’(함사연)은 지난 9일 지자체가 학원·교습소 종사자들에게 코로나19 선제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행정명령이 인권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김남영/서형교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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