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실에서 숨진 서울대 청소 노동자 이모 씨가 서울대 측에서 받은 문자 내용이 공개됐다.
이모 씨 유족은 14일 방송된 JTBC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기숙사에서 밥을 시켜 먹을 수밖에 없었고, 쓰레기가 늘었다"며 "예전보다 쓰레기 양이 2배 정도 늘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무 강도가 늘어난 것에 대해 서울대 측에 문의하자 "늘 억울하시겠네요^^", "***** 일 안 하고 놀고 있는데 선생님만 고생하시네요^^" 라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문자를 공개했다.
실제로 이 씨가 담당했던 건물은 2년 전인 2019년엔 쓰레기가 605리터가 나왔지만, 지난해엔 1000리터, 올해 7월에 이미 1000리터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에서 혼자 100리터 쓰레기봉투로 매일 4개 층의 6~7개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직접 날라야 했다고 한다.
이 씨의 남편은 "휴게실에 이불을 폈더라. 얼마나 힘들었으면. 아내 옆에 컵라면이 있더라. 얼마나 배고팠으면"이라고 말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유족들과 민주노총은 지병이 없던 이 씨가 갑자기 사망한 건 힘든 노동 강도와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서울대가 청소노동자들에게 영어와 한자가 포함된 시험을 치르고, 옷차림까지 간섭하는 '갑질'을 했다는 주장도 불거졌다.
서울대 측은 "고인은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사인을 밝히면서 "과중한 노동강도와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조사를 위해 8일 총장 직권으로 인권센터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 씨의 사망을 계기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생들이 주축으로 모인 단체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은 서울대 내 3곳에 이 씨 추모공간을 설치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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