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는 노후 소득보장기능이 거의 상실된 퇴직연금의 제도개선을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15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금투협 하계 기자간담회'에서 "사전지정운용 제도가 도입되면 퇴직연금은 그야말로 가입자를 위한 제도로 완전히 탈바꿈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올 초부터 국회에서는 저조한 퇴직연금의 수익률 개선을 위해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 도입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사전지정운용 상품유형에 원리금보장상품 포함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 회장은 "대승적 차원에서 국회에 간곡히 요청드리고 싶다"며 "수익률 제고라는 본래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리금보장상품도 사전지정운용 상품 유형에 포함한 법안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켜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지정운용 제도가 도입되면 퇴직연금을 유치만 하고 가입자에 대한 사후 서비스는 나 몰라라 하는 시장 구조도 맞춤형 서비스와 우수한 상품으로 경쟁하는 구조로 바뀔 것"이라며 "수익률 경쟁에서 뒤쳐진 퇴직연금사업자는 가입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는, 그야말로 가입자들이 퇴직연금 제도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때가 도래하리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나 회장은 자본시장을 통한 국민자산 증식을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개선에도 계속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올 초 도입된 투자중개형ISA는 투자와 절세 혜택이 맞물리면서 가입자 수가 4개월여 만에 80만계좌를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16년 중산층 재산 형성 지원을 위해 도입된 세제혜택 상품인 ISA는 미미한 세제유인과 예적금 중심의 운용으로 인한 낮은 수익률로 가입 실적이 당초 예상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도입된 투자중개형ISA의 인기는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나 회장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우리 경제를 선도할 혁신기업의 성장 지원에 활용하려면 자본시장에 장기 투자하는 국민에게 획기적인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며 "이제 우리도 금융선진국처럼 금융투자상품 전용 비과세 상품인 투자형ISA를 도입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적극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협회는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해 더 신뢰받는 자본시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협회는 금소법에 금융투자업의 특성과 업계의견이 반영되도록 노력한 바 있다. 또한 청약철회권, 위법계약해지권 등 신규제도의 정착을 위해 협회규정과 표준투자권유준칙을 개정하는 등 1차 규정정비 작업을 마쳤다.
나 회장은 "하반기에는 투자성향파악 및 상품위험등급 분류방법을 개선하고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표준내부통제기준을 신설하는 등 금소법 안착을 위한 준비를 마무리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자 교육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과 공부 열기도 뜨겁다"며 "이러한 관심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재산증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동학개미'가 '스마트개미'로 진화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오는 10월부터 MZ세대를 비롯한 새내기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을 접목한 '금융투자 테스트(TEST)'를 오픈할 예정"이라며 "금융투자 TEST가 단순한 투자 공부를 넘어 투자 행태를 변화시키고 건전한 투자문화를 조성하는 교육 플랫폼이 될 것으로 확신하며, 국민 모두에게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나 회장은 이달 초 유엔무역개발회의가 한국을 개도국 지위에서 선진국으로 승격시킨 것을 언급하며 "이중과세 논란 소지가 큰 증권거래세의 완전 폐지 등이 선진화의 기본 과제"라며 "우리 자본시장와 금융투자산업도 선진국의 위상에 걸맞게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말을 기점으로 나 회장은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그는 "올 상반기에도 우리 협회는 정부와 회원사, 투자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시장친화적 제도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펼쳐 왔다"며 "절반 남은 임기 동안 우리 자본시장이 선진시장으로 가는 기반을 굳건히 다지겠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