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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IT 슬론경영대학원의 할 그레거슨 교수는 세계적 혁신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인터뷰한 사례를 바탕으로 질문이 혁신가의 DNA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는 질문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질문에는 인생 전반에 걸쳐서 새로운 통찰과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경이로운 힘이 있다(……)가장 좋은 질문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다.’ 벨기에 출신 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대표작 ‘사람의 아들’은 호기심을 자극해 탐구 활동으로 이어지는 좋은 질문의 사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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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익숙한 요소들을 비합리적으로 조합해 ‘당연하다고 믿는 것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을 던지는 마그리트식 주제의식이 가장 잘 구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그리트의 자화상이기도 한 ‘사람의 아들’은 1963년 마그리트의 친구이자 후원자인 해리 토르치너가 의뢰해 제작됐다. 예술가의 개성을 드러내기를 꺼리고, 타인의 주목을 받는 것도 싫어했던 마그리트의 천성이 익명성을 강조한 자화상에 반영됐다. 남자가 쓴 평범한 중절모는 마그리트가 평소에 즐겨 착용한 모자로, 마그리트 그림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다. 이 중절모도 개성과 정체성을 잃어버린 군중의 익명성을 상징한다.
마그리트는 한 인터뷰에서 ‘사람의 아들’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또 다른 것을 숨기고 있다. 우리는 항상 자신이 보는 것에 의해 숨겨진 것을 보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우리에게 나타나지 않는 숨겨진 것에 관심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과 숨겨진 것들 사이에는 매우 강렬한 느낌, 일종의 충돌이 발생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큐레이터 릴리 피어솔은 “‘사람의 아들’은 20세기의 가장 상징적인 그림 중 하나이며 마그리트는 숨겨진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탐구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평가했다.
마그리트는 평생에 걸쳐 물리 법칙의 절대적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그림들을 그렸다. 좋은 질문은 관점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가능성까지 열어준다는 것을 작품으로 증명한 것이다. ‘사람의 아들’은 살바도르 달리의 걸작 ‘기억의 고집’과 함께 초현실주의를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가 됐고 미술을 비롯해 책, 광고, 음악, 영화 및 비디오 등 다양한 분야에 많은 영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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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 < 사비나미술관 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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