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실업대란 뻔한데"…뿌리기업의 탄식

입력 2021-07-15 17:18   수정 2021-07-23 18:45

“내년 상반기 실업률이 얼마나 치솟을지 두고보세요.”(인천 뿌리기업 A대표)

“뿌리기업 전체가 파업하자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충북 뿌리기업 B임원)

제조업의 근간인 금형, 주조, 단조, 용접, 열처리, 도금 등 뿌리업계가 지난 13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보인 반응이다. 납품단가가 오르지 않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건비 부담 증가로 영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가장 타격이 큰 것은 이달부터 50인 미만 기업으로 확대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다. 국내 뿌리기업 3만1000여 개(52만 명) 중 93%가 50인 미만 기업이다. 추가 근무가 불가능해 야근과 특근에 따른 잔업수당이 사라지면서 근로자들이 뿌리기업을 떠나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저임금 인상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수도권 한 열처리업체 대표는 “기업을 유지하려면 근로자를 줄여야 하는데, 대부분 50~60대로 생계가 막막한 분들이라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와 내국인 근로자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한 주물업체 사장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외국인 근로자 임금이 주로 오르는데, 이들은 지금도 숙식 등을 제공받아 내국인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며 “수십 년간 일한 숙련공과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 격차가 줄어들면서 회사를 떠나려는 직원이 적잖다”고 토로했다.

결과적으로 뿌리기업의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가 더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뿌리기업 기술의 명맥을 이어갈 사람들이 모두 사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세 기업들의 하소연으로 치부했다간 한국 제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매출이 162조원가량인 뿌리업계 기술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스마트폰, 선박뿐 아니라 항공기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들이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2만5000여 개 부품 가운데 70% 이상에 주조, 금형, 단조, 용접 등 뿌리기술이 적용된다. 최신 스마트폰과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인 KF21도 뿌리기술 없이는 만들 수 없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뿌리기업이 없어지면 자동차 선박 스마트폰 등의 수출 품목을 정상적으로 제조하기 어려워진다”며 “한진해운이 사라져 발생한 물류대란에 버금가는 큰 충격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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