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아프간의 비극 반세기

입력 2021-07-15 17:31   수정 2021-08-23 09:53

아프가니스탄의 ‘스탄’은 ‘땅’을 의미한다. 국가명은 ‘아프간인의 땅’이지만 최대 부족인 파슈틴족은 전체 인구 4000만 명의 45%밖에 안 된다. 나머지 절반 이상은 이란계 타지크족, 우즈베크족, 투르크멘족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무슬림(90%)과 시크교, 유대교, 불교도까지 섞여 있다. 그만큼 복잡한 땅이다.

자원은 풍부하다. 마르코 폴로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푸른색”이라고 부른 보석 ‘라피스 라줄리’의 최상품이 이 나라에서 난다. 철·망간·우라늄 등이 풍부하게 묻혀 있다. 옛 동서남북 교역을 잇는 ‘문명의 교차로’이기도 했다.

한때 서구의 중앙아시아 패권 경쟁으로 영국 지배를 받았지만 세 차례나 맞서 1919년 독립했다. 1979년 소련의 10만 대군도 물리쳤다. 당시 병사들은 구식 소총으로 800m 이상 거리의 적군을 저격함으로써 화력이 절대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뒀다.

그런 나라가 공권력의 부패와 내전, 이슬람 원리주의 집단인 탈레반 때문에 비극의 길을 걷게 됐다. 탈레반은 전 세계 아편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황금 초승달 지대’를 장악하며 세력을 키웠다. 아프간 국민은 탈레반의 횡포와 이를 막아야 할 경찰의 부패 때문에 이중고를 겪었다.

2001년 9·11 테러 후 탈레반이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미국의 인도 요구를 거부한 뒤 미군이 진주한 뒤로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미국이 아프간 재건을 위한 쓴 돈은 150조원에 달하지만, 이 돈은 국가 재건에 쓰이지 않고 밑 빠진 독처럼 새나갔다. 탈레반 소탕도 미군에만 의지하다 실패했다.

결국 미군이 철수하자 아프간 정부군은 탈레반에 밀리기 시작했다. 최근 투항한 정부군 22명은 비무장 상태에서 탈레반에게 총살됐다. 국경을 넘는 난민도 수만 가구에 이른다. 이 틈을 타고 중국과 러시아가 군침을 흘리고 있다. 중국은 급히 외무장관 회담을 갖기로 했고, 러시아는 탈레반 대표단을 모스크바로 초청해 협상을 벌였다.

어쩌다 ‘푸른 보석의 나라’ 아프간이 이 지경이 됐을까. 한때 동서무역 요충지였던 풍요의 땅이 반세기 만에 만신창이로 전락한 배경에는 공권력의 부패와 정치·종교의 대립, 경제적 실패라는 3대 악재가 얽혀 있다. 그 결과는 1인당 국민소득 500달러의 극빈이다. 이 때문에 아프간 국민의 삶은 갈수록 더 아프기만 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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