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美 고용 회복 더 필요…조기 긴축 안할 것"

입력 2021-07-15 18:01   수정 2021-07-16 01:07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물가 급등세가 향후 수개월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결국 둔화할 것인 만큼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기를 앞당기는 등 조기 긴축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은 14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물가상승률이 우리 예상보다 더 뛰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4% 급등했다. 2008년 8월 이후 13년 만의 최고치다.

파월 의장은 “올해 경제가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면서도 “(테이퍼링에 착수하기 위한) 상당한 추가 진전이란 기준을 맞추려면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고용시장이 더 회복돼야 통화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Fed는 실업률 목표를 3.5~4.0%로 정하고 있으며 지난달엔 5.9%로 이보다 높았다.

파월 의장은 “물가 상승에 대응하려고 너무 성급하게 행동하면 실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물가 상황을 매우 신중하게 관찰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위험이 발생하면 틀림없이 정책을 적절하게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파월 의장과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일자리와 공급망 보호에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이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며 “(Fed 전망과 달리) 이번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게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라고 주장했다. 핑크 CEO는 “향후 5년 이상 물가상승률이 Fed 목표치인 2%를 웃돌 수 있다”며 블랙록 역시 이를 감안해 9월부터 직원 급여를 8%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작년 동기 대비 7.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Fed의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은 “물가가 평균 이상 속도로 오르고 있다”고 현재 경기를 진단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27~28일 정례회의를 열어 통화정책에 대해 논의한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날 금리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연 0.25%)를 동결했지만 국채 매입 규모를 매주 20억캐나다달러(약 1조8230억원)로 줄이기로 했다. 캐나다는 지난 4월 주요국 중 처음으로 테이퍼링을 개시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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