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 노앤파트너스가 이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인 '더블유씨피'(WCP·더블유스코프코리아) 지분 매각에 나섰다. 보유중인 전환사채(CB) 지분 32% 중 일부를 매각하기 위해 원매자들과 협상을 시작했다. 더블유씨피는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차익을 노리는 재무적투자자(FI) 여러 곳이 매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유씨피의 현재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3조원대 수준. 매각 자문은 삼일회계법인이 맡았다.
16일 노앤파트너스에 따르면 2019년 더블유씨피가 발행했던 전환사채 1490억원어치를 인수한 이 회사는 다음달 말까지 이 중 일부를 보통주로 전환해 매각키로 했다. 노앤파트너스 관계자는 "보유한 32% 중 3분의1 또는 2분의1 가량을 매각할 계획"이라며 "내년 IPO를 앞두고 원매자들이 많은 데다 지분율이 높아 일부만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일본 W-SCOPE의 100% 자회사로 설립된 더블유씨피는 전기차용 이차전지 소재인 분리막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독자적인 고분자 필름 제조기술을 토대로 제품 개발에 성공해 시장에서 높은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분리막은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과 함께 배터리 4대 핵심소재로 꼽힌다. 이차전지의 폭발을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분리막이 이차전지 총 원가의 15~20%를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가 각광받으면서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로 꼽힌다.
특히 더블유씨피는 대형 이차전지 업체와 장기 공급 협약을 맺어 안정적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차전지 분리막 시장의 주요 경쟁업체로는 최근 상장에 성공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꼽을 수 있다. SKIET의 시총은 현재 15조원 규모. 분리막 시장의 구조적 성장세와 공격적인 증설 투자를 감안하면 향후 30조원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블유씨피는 내년 상반기 중 국내 증시 상장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공동 상장 주관사를 맡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더블유씨피의 상장 후 시가총액을 3조~5조원대로 전망하고 있다.
SKIET의 상장배수(EV/EBITDA) 48배를 더블유씨피의 올해 예상실적에 적용했을 때 예상 상장가치는 3조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최근 분리막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세를 감안하면 가치는 더 커진다. 생산능력(CAPA)을 평가지표로 삼아 SKIET의 상장시점 생산량 대비 기업가치 배수(EV/백만㎡) 69배를 더블유씨피의 예상 상장시점에 적용했을 때의 기업가치는 6조원 이상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분리막업체가 수익성이 좋은 만큼 다른 이차전지 소재주보다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쟁사가 적고 대규모 투자와 판매까지 장기간 소요되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따라오기 어렵다는 점도 분리막 업체들의 몸값을 높이는 요인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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