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34조 역대급 M&A 추진…"삼성 위협" vs "기술력 안돼" [박신영의 일렉트로맨]

입력 2021-07-17 13:42   수정 2021-09-30 11:06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미국의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3위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합병(M&A)이 성사될 경우 파운드리 시장 2위인 삼성전자를 위협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지만 정작 삼성전자 내부에선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글로벌파운드리가 3위라고 해도 삼성전자와의 시장점유율과 기술력 두 부분 다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반면 인텔은 이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미 첨단 공정 기술을 확보했으며 유럽에도 파운드리 건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TSMC를 따라잡는 건 시간 문제라는 입장이다.
WSJ "인텔,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추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거래 규모는 약 300억달러(약34조2600억원)라고 전했다.

인텔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시도는 업계에선 예상하지 못한 행보다. 파운드리를 직접 지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엔 200억달러(약 22조5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새로운 파운드리 두 곳을 건설할 계획을 밝혔다.

유럽에서 파운드리 건설도 추진 중이다. 이미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7월 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 만났다. 외신들은 인텔이 앞으로 10~15년 사이에 6~8개 공장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공장 투자금액은 100억~150억 달러(약 11조 4800억~17조 220억원) 사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거액을 들여 M&A까지 시도한 것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경쟁자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강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업계 "경쟁사들이 인텔 파운드리 이용할까"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포함한 인텔의 파운드리 업계 진출을 두고 일각에선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선 인텔의 경쟁자들이 인텔 파운드리를 이용할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파운드리 업계의 큰손은 대부분 인텔의 경쟁자"라며 "퀄컴이 대표적이다"고 말했다.

실제 퀄컴은 글로벌 통신용 모뎀칩과 모바일 AP 분야 선두주자이지만 최근 노트북 프로세서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퀄컴으로선 노트북 프로세서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인텔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

비디오 게임 등에 사용되는 GPU(그래픽 처리 장치) 전문 반도체기업인 엔비디아도 CPU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4월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신형 CPU인 ‘그레이스’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측은 "신형 CPU 그레이스와 기존 엔비디아의 GPU를 함께 사용할 경우 인텔 x86 CPU와 엔비디아 GPU를 함께 사용했을 때보다 10배 더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를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레이스는 2023년에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아무리 인텔이 자사 파운드리와 독립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해도 경쟁업체로선 반도체 기술 기밀이 인텔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우려할 것"이라며 "이같은 우려가 인텔 파운드리 성장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파운드리 기술력, TSMC·삼성전자 못따라와"
글로벌파운드리의 공정 기술력이 TSMC와 삼성전자에 못미치기 때문에 경쟁 시장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가 5나노 (㎚·1㎚는 10억분의 1m), 3나노 선단공정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글로벌파운드리는 12∼14나노급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점유율 격차도 크다. 글로벌파운드리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3위 업체다. 현재 파운드리 점유율(1분기 기준)은 TSMC가 55%로 압도적인 1위다. 뒤이어 삼성전자가 17%, 글로벌 파운드리와 UMC가 각각 7% 수준이다. 인텔이 기존에 파운드리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기 때문에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한다 해도 TSMC와 삼성전자를 위협하기엔 아직 생산량과 기술력 모두 미흡하다는 평가다.
인텔 "2023년이면 7나노 공정 생산한다"
이에 대해 인텔 측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실제 인텔은 올해 초 진행된 2020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2023년 출시할 7나노미터 프로세서 대부분을 인텔 내부에서 제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지을 예정인 파운드리도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생산라인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경쟁업체들이 인텔 파운드리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도 파운드리를 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모바일 및 가전업체의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 관계자는 "고객사들은 가격 협상력이 생긴다는 측면에서 파운드리 업체가 늘어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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