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의 가격 인상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라면 업계 1위 농심으로 돌려놨다.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15~16일 이틀간 농심 주가는 10% 올랐다.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이틀간 6%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라면 업체들의 주가는 상반기에는 부진했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의 수혜를 봤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거의 없었다. 농심은 5% 오르는 데 그쳤고,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상반기 각각 6%, 10% 하락했다. 라면 외에 다른 식품업체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상반기 CJ제일제당은 21%, 풀무원은 23% 올랐다.
라면업체와 다른 식품업체의 차이는 가격 인상 여부였다. 풀무원은 지난 1월 두부, 콩나물 납품 가격을 10% 내외 인상했다. CJ제일제당도 2월 두부, 콩나물 가격은 10% 내외, 햇반 가격은 6% 인상했다.
라면 업체들은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 정부와 소비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반기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2분기부터 원재료 가격 인상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자 라면값을 올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한 198억원에 그치고 있다.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각각 15%, 25% 줄었다는 게 증권사들의 추정이다.
다른 업체들도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NH투자증권은 농심이 라면 가격을 5% 올리면 영업이익이 기존 추정치 대비 19%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삼양식품도 라면 가격을 5% 인상한다면 영업이익이 4%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삼양식품은 국내 판매보다 수출 비중이 더 크다. 올해 해상운임이 상승하고 환율 효과도 부정적이었던 만큼 수출 라면에 대해서도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NH투자증권은 분석했다. 수출 라면 가격도 5% 인상할 경우 삼양식품 영업이익은 16% 개선될 전망이다. 오뚜기가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을 올렸다고 가정했음에도 영업이익 개선 정도가 크지 않은 이유는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뚜기 라면 가격 인상 발표에 농심과 삼양식품 주가가 더 큰 폭으로 오른 배경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품 가격 인상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적 개선의 중요한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에서 큰 폭의 가격 조정이 있었던 2011년을 보면 알 수 있다. 2011년 하반기부터 원가 부담이 커진 식품업계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2012년 이후 국제 곡물가격이 하락하자 약 2~3년 동안 주요 음식료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올라갔다. CJ제일제당 가공식품 부문은 2014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가 됐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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