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여윳돈 1400조…암호화폐·달러에서 증시로 이동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1-07-19 06:00   수정 2021-07-19 06:14


가계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을 비롯한 단기자금이 사상 처음 1400조원을 돌파했다. 올들어서만 100조원 가까이 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바깥 씀씀이를 억제하면서 여윳돈이 풍족해진 결과다. 가계·기업 뭉칫돈이 달러와 암호화폐시장에서 이탈해 증시로 흘러드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19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단기자금 잔액은 지난 5월 말(원계열) 기준 1419조369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1321조8364억원)과 비교해 97조5334억원 늘었다. 단기자금은 현금과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머니마켓펀드(MMF)·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금융상품을 합친 것이다.

단기자금은 2016년 12월(910조5940억원) 처음 900조원을 넘어섰고, 2019년 11월 1010조7030억원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100조원이 증가하는 데 약 3년이 걸렸다. 하지만 올들어 다섯 달 만에 100조원이 늘었다.

단기자금이 이처럼 빨리 불어난 것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5%로 낮추면서 가계·기업 차입유인이 늘어난 영향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가계의 씀씀이가 줄어든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씀씀이가 줄어든 것은 가계 순저축률(처분가능소득 등에서 저축액이 차지하는 비중)에서도 확인된다. 순저축률은 2019년보다 5%포인트 오른 11.9%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13.2%) 후 최고치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가계의 씀씀이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단기자금 증가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단기자금은 증시로 흘러가는 양상이 뚜렷하다. 지난 6월부터 이달 16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10조104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올들어 삼성전자를 비롯한 정보통신(IT)업체는 물론 석유·조선·화학업체들이 고르게 실적이 좋아진 결과다.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갈수록 개선되면서 주식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반면 달러와 암호화폐시장에서는 돈을 빼는 양상이 뚜렷하다. 지난 6월 말 국내 가계·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930억4000만달러(약 106조1590억원)로 5월 말보다 감소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환차익을 노리고 달러를 시장에 매도한 영향이 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1126원10전으로 전달 말보다 15원20전이나 뛰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세계 암호화폐 거래액도 지난 17일 65조원으로 300조원이 넘던 지난 5월 중순에 비해 5분의 1토막이 났다. 세계 거래량이 줄어든 만큼 한국의 거래량과 자금유입도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암호화폐의 가격 오름세가 주춤해진 데다 중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거래 규제를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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